“카레이서 꿈은 접었지만 이번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김지년(28·남동구 논현동)씨.지난 2000년 11월16일, 대학 1학년생이던 김씨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운전 중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젊은이다.

2년 동안 열 차례나 수술을 받을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한 그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의 시간을 무수히 넘겼다.대기업 자동차 회사에서 군 생활을 대신하면서 카레이서의 꿈을 키웠건만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슬픔은 쉽게 잊혀 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후 두 달 가까이 의식이 전혀 없었죠. 왜 내가 여기에 병원에 와있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성치 않다는 생각에 슬펐지만 어머니 때문에 아픈 조차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직업전문학교를 소개해주며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컴퓨터 설계를 배우고 난 후 구로공단에서 1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휠체어로 출퇴근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김씨가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처음 도전한 것은 지난 2004년. 전산응용기계제도 부문에서 동상 획득을 시작으로 이듬해 인천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거머줬다. 이결과 2005년 전국 대회에서는 3위에 해당하는 동상을 수상했다.

“욕심이 너무 많다보니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한 것이 정말 속상했어요. 국내 1등이 돼 세계대회에 나가 다른 나라의 실력자들과 겨뤄보는 것이 바람이었으니까요.”

지방대회 금상 수상자는 그 분야에 재도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김씨는 올해는 ‘3D 제품디자인’ 부분에 새롭게 도전장을 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이전에는 안풀리던 작업들이 이제는 막힘없이 진행돼 작은 기쁨을 느낍니다. 좋은 성적 올릴 수 있겠지요?”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는 ‘건축 CAD’ 정복에 욕심을 내고 있다. 벌써부터 지난해 금상 수상자에게 책이며 각종 자료를 모두 물려받아 공부를 늦추지 않고 있다.열심히 사는 김씨지만 가끔 장애인이라는 주위의 편견이 답답하기만 하다.

“장애인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에게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쌓은 실력이 사회에서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용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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