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그림 놓고 “안보리 제재대상” vs “치졸한 시비걸기”

3일 현재 인천문화예술회관에 전시돼 있는 그림 중 북한 만수대창작사 사장 김성민씨의 ‘어머니 막내가 왔습니다’ 작품. (제공 = 지성호 의원실)

 

인천시가 남북교류 협력 차원에서 후원한 한 그림 전시회를 두고 국민의힘 측 국회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정 그림이 유엔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인데, 정작 지역사회 내에서는 ‘지나친 시비걸기’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 소속 지성호 국회의원(비례)은 3일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으로 재원이 이전되거나 그들을 이롭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인천에서 전시되고 있는 만수대창작사 미술품이 어느 시점에 국내에 들어왔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의원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최근 그가 인천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조선화의 거장전-인천, 평화의 길을 열다’라는 제목의 전시회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 남북교류협력기금 1억 5천만 원을 후원했다.

북한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전시회는 오픈 이후로 지역사회 내에서 “흔치 않은 기회”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약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이 전시회에는 북한 만수대창작사 사장이자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김성민(72)씨의 2018년 작품 ‘어머니 막내가 왔습니다’가 포함됐는데, 만수대창작사가 지난 2016년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던 것이 이 전시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1959년 11월 창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혁명미술 창작의 산실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확실하지는 않으나 약 1천 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보유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만수대창작사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만큼 현재 소속 작가들의 작품 역시 자산 동결 대상에 포함돼 있는데, 전시된 해당 작품은 2018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그림이 어느 시점에 유통돼 거래됐으며 국내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지 의원의 주장이다.

지 의원은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가 주최한 ‘남북 평화미술전 남북, 북남 평화를 그리다’ 전시회에도 김씨 등 만수대창작사 작가 6명의 작품이 전시됐다며 역시 문제를 삼았다.

인천시는 작품 선정에 개입하지 않았던 만큼, 해당 그림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문제가 된 그림은 중국 등을 거쳐서 수집가들이 갖고 왔던 것으로 안다”며 “주최측으로부터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는 얘긴 들었고, 나름대로는 북한의 예술문화를 접할 기회가 잘 없으니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후원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시회와 관련해 인천시 내부에서는 모 국회의원 측이 계속 자료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정황상 지 의원의 활동이었던 걸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3월 연례보고서를 통해서 만수대창작사 작가의 작품 등에 대해 경계 권고가 있었던 걸 감안하면, 지 의원 측 주장대로 문제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그림을 확인한 바로는 해당 그림이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담아냈다거나 하는 사상적 선전물은 아니었고, ‘이산가족’이 주제인 한국화 풍의 작품이었다.

때문에 정작 지역사회 내부에서는 해당 그림의 전시가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 중론을 이루는 분위기다.

실제 전시장에 가본 시민들 일부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북한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거나, 상당히 강한 특색이 있는 작품 정도로 봤다는 소감을 전해왔을 뿐, 이 그림이 문제라고 전혀 인지하지 않았다고 전해왔다.

실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인천시 차원에서의 기금이긴 하지만 남북교류 및 양측의 문화양식 파악 등의 목적이 있다는 걸 전제하면 기금 목적에는 어느정도 부합이 된 셈이다.

또 이 전시회 자체가 내용적으로 그러한 목적 이상의 ‘선’을 넘은 부분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지 의원 측에서 문제를 삼은 그림이 제재 대상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특정한 북한 사상을 담아낸 선전물도 아닌 만큼 굳이 비뚤어진 시각으로 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전시회장을 직접 가 보니 그림 자체가 국가보안법에 걸릴 만한 선전물이라던지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이산가족 찾기’를 그린 작품”이라며 “관람객들 역시 순수하게 그림으로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 공동대표는 “북한 내 특정인물의 작품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남북교류기금 목적에도 부합하게 지원된 큰 문제는 없는 전시회인데, 특정한 사상을 담은 그림도 아닌 작품에 시비까지 거는 건 좀 치졸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주민 김모씨(47)는 “얘길 들어보니 작품을 중국 측 수집가를 통해 갖고 왔다는데,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고 해도 현재 그 수익이 북한에 직접 전해졌는지 확인할 길도 없고, 그림의 내용도 문제가 될 성격은 아니다”라며 “예술 카테고리의 사안인 만큼 너무 경직된 특정한 시선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만 지 의원이 현재까지는 다른 부분이 아니라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이라는 부분 하나만 걸고 늘어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제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미술계 한 전문가는 “전시회의 목적이나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 의원의 문제 제기 역시 결코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그냥 안타깝다는 느낌만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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