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출발에 앞서 진행된 스트레칭을 위해 김영아씨가 단상에 오르자 3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하프 반환점을 돌때도 1위 이정숙씨보다, 오히려 그를 바짝 뒤쫓는 김씨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그의 인터넷 팬 클럽 모임 ‘1004(천사)클럽’에만 무려 2천500여명이 가입해 있을 정도. ‘얼짱’, ‘효녀’ 등 마라토너들 사이에서는 어느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다.
그는 2002년 외환은행에 입사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금융노조가 어버이날 개최한 체육대회에 참가, 마라톤 1등을 한 것이 계기가 됐는데, 상금을 타 어머니께 선물을 하고 싶다던 마음에 열심히 뛴 것이 덜컥 우승까지 해 버렸다.
이후 하루 4~5시간 열심히 달려, 각종 대회 상위권에 입상할 수준에 올랐다. 그 만큼 그의 인기도 올라섰다. 특히 아픈 어머니(이명세·66)를 위하는 김씨의 갸륵한 마음이 알려지면서 효녀 마라토너로 인기를 더했다.
“편찮으시던 어머니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주위 분들의 격려가 힘이 됐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달리면 다 풀려요. 마라톤을 하면서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김씨는 올해 경향 서울 마라톤 대회에서 자신의 신기록(2시간55분06초)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정숙씨에 이어 두번째(1시간24분24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래도 마냥 좋은 듯 했다.
“언니(이정숙씨)가 워낙 잘 뛰잖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15㎞까지 그림자를 보면서 뛰었어요. 언니가 뒤돌아본다는게 너무 좋았죠.”
그는 올해만 15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각종 마라톤 대회마다 경쟁적으로 그를 초청할 정도다.
아직 미혼인 김씨는 “달리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며 “하지만 아직 어머니 건강이 완쾌된 것이 아니라 (결혼할)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