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일각 “흔적 없애고 싶은 일본 의도 도와주는 격” 의견

부평 캠프마켓 전경. ⓒ인천시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 시설로 남아있는 조병창 흔적 일부의 철거 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26일 인천시와 부평 시민사회 일각 등에 따르면, 인천시는 캠프마켓 토지의 정화작업을 위한 철거계획을 동의하고 최근 같은 취지의 공문을 한국환경공단 등 유관기관에 보냈다. 

캠프마켓 활용방안을 놓고 구성된 시민참여위원회에서 위원장 주도로 해당 건물을 철거하는 쪽으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철거하려는 대상은 캠프마켓 부지 내 건물 전부는 아니고,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공장으로 쓰인 조병창의 병원이었던 건물의 약 1/3 가량 되는 규모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유류 등에 오염된 상태라고 알려져 있는 곳들을 부분적으로 철거한다는 뜻인데, 오염 위험도는 다이옥신 등보다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되지만, 오염물질에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참여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한 활동가는 “내부에서 철거 의견과 정화작업, 그리고 철거 후 복원 등의 여러 의견이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앞서 문화재청은 조병창 건물들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만큼 보존을 권고했던 바가 있다. 이번 결과만 놓고 보면 ‘전면 철거’는 아니더라도 일단 그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듯한 분위기가 읽힌다.

한국환경공단도 일단 시가 보낸 공문은 확인했으며, 인천시립박물관이 문화재가치 등에 대한 여부를 조사한 뒤 철거를 하고 정화작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조병창에서 근무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사택으로 쓰였다는 부평구 산곡동 87번지 일원 영단주택 1천여 호는 산곡구역 재개발사업 대상지에 포함돼 철거 계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단주택은 과거 경인기업주식회사라는 곳에서 조성해 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조선주택영단에서 관리했던 곳이다.

문화재적 가치를 알아본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부평구에 전면 혹은 일부 보존을 요구했지만, 부평구는 재개발조합의 전면철거 계획을 막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재개발사업은 사업시행인가 승인 상태로, 추후 관리처분인가만 받으면 사실상 철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요원해진다.

그나마 미쓰비시 줄사택의 경우 아직 철거한다는 계획은 없지만, 보존도 확정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이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군수물자 공장이었던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에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부평구는 이 곳을 전면철거하고 주차장 조성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흔적이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의견을 내 보존을 권고하면서 부평구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이 협의체를 통해 보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화재청이 보존 권고를 한 지 10개월여가 흐르고 있음에도 아직 보존이 결정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같은 일제 잔재는 철거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이러한 일제 잔재의 보존 의견을 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이 이러한 잔재를 지우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인천에 다수 남아있는 ‘인증 자료’들을 스스로 없애는 경우, 오히려 일본을 도와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역사문화 분야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 내에 남아있는 강제동원의 증거를 없애고 싶은 심리를 지적하며 스스로가 이를 철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립박물관 관계자는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던 일본이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논리를 부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그들이 없애고 싶어하는 가해의 기억을 우리가 나서서 철거하지 말고 오히려 정확한 역사자료로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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