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선 다하고 있지만 한계도 있어... 일단 18일 관계기관들 대책회의

인천대교 전경. ⓒ㈜인천대교

 

한 달여 사이 세 건이나 투신 사고가 일어난 인천대교에 비상이 걸렸다. 그전까지 인천대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방이나 안전대책 등이 시급해졌지만, 관리영역 등 제반적인 한계로 시 차원에서 조치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인천시 및 해경 등에 따르면, 8일 인천대교 W-35 교각 부근에서 해상으로 투신한 A씨(25)가 생명에 별다른 지장 없이 안전하게 구조됐다. 구조 후 탈진 및 저체온 등 현상이 있었으나 곧바로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겨 조치했다.

인천대교에서는 최근 한 달 사이 투신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세 건이나 뉴스화됐다. 지난달 2일 50대 여성이 남편 차량에 함께 타고 있다가 인천대교 위에서 “바람을 쐬고 싶으니 잠시 멈춰 달라”며 정차시킨 뒤에 갑자기 바다로 뛰어내렸다. 신고를 받고 해경이 출동했지만 이 여성은 그만 숨지고 말았다.

지난달 27일에도 30대 남성이 인천대교 갓길에 차량을 정차한 뒤 차량만 남겨두고 투신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남성은 사고 이후 10일 만인 이달 6일 결국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줬다.

지난 2009년 완공 개통된 인천대교는 서해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다리다. 길이 약 12.km(해상구간 기준)에 상판의 최대 높이가 74m에 이른다. 다리 하부 유속도 빠른 편이다. 극단적 선택이 시도될 때 치사율이 높아지는 환경에 그만큼 노출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곳을 자주 오가는 시민들은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인천대교를 출·퇴근에 이용한다는 시민 박모씨(42)는 “사실 이곳이 최대속도 규정(기상악화 등 요인 없을 시 100km)이 있지만 최저 제한속도 규정(같은 기준 50km)도 있다보니 어지간히 비상 상황이 아닌 이상 갓길에 주차한다는 생각조차도 잘 안 하게 되고, 이용 때마다 순찰차량을 목격하는 만큼 순찰도 자주 도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교량이기는 해도 일반적으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택지’로 인식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박씨 등 시민들의 설명이다.

인천시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 관계자는 “사실 극단적 선택이 일어나는 횟수는 그간 경인아라뱃길 같은 곳들이 더 많았지만 최근 인천대교에서 그런 횟수들이 증가해 연속으로 뉴스가 되다보니, 내부에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며 심경을 전했다.

그러다보니 시는 물론 관리주체인 ㈜인천대교 역시 최근 ‘초긴장 상태’로 직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 주체들은 조만간 자살예방센터 등과 연계해 오는 18일 대책회의를 한 차례 갖기로 했다.

이 대책회의는 매년 진행이 되기는 했었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더는 늦추지 말고 조만간 모이자”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현재로서는 시가 인천대교에 물리적인 방법을 투입해 예방을 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인천대교는 민자사업으로 진행된 유료 도로이며 ‘㈜인천대교’라는 사업주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해도 벽을 치거나 하는 방법으로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만약 그것이 능사라면 국내의 모든 교량에 같이 이유로 벽을 치거나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사람들이 꼭 교량만을 선택지로 두는 것도 아니기 때문.

결국 최선의 자살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잘 실행되게끔 하는 것이 시로서는 최선의 움직임일 수밖에 없다.

인천은 10년 전인 지난 2011년에는 전국 7대 도시 중 자살률이 32.8명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기준으로 27.9명으로 줄었고 2019년 25.6명으로 더욱 줄어들었다.

민선5기 송영길 시정부 당시 자살예방센터 설치가 추진되고 민선7기 들어서는 중장기 자살예방종합계획 등이 수립되면서 시가 나름대로는 신경을 썼던 것이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인천대교나 경인아라뱃길 등 특정 장소에서 갑자기 빈번해진 극단적 선택 시도에는 이같은 계획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사람이 시도 직전에 어떤 메시지를 듣는다거나 글귀를 보고 마음을 거두는 경우도 꽤 있지만, 사실 그러지 않는 경우들이 더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최근 인천대교의 투신 관련 보도로 인해 시 이미지 훼손이나 추가 모방범죄 시도 등 가능성이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시는 오는 18일에 있을 논의 자리를 통해 적절한 대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신건강이 피폐해진 것이 인천대교 등의 투신으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고위험군이 20%가 넘고 자살을 생각하는 국민이 16%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평소의 4~5배 정도로 국민 정신건강이 상당히 위협받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및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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