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박한나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이란 걸 겪어봤을 것이다. 이는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쩌면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 가족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도 여전히 많이 방영되고 있다.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오 할리우드’라는 드라마가 있다.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황금기가 주된 배경인 만큼,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꿈꾸는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 에이스 스튜디오의 사장 딸인 ‘클레어’는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 ‘에이스’와 한때 배우를 꿈꿨던 어머니 ‘에이비스’는 이를 반대하고 서로 갈등한다. 배우의 숨겨진 이면을 가장 잘 아는 부모는 딸이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드라마 후반부에는 클레어의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스튜디오를 관리하게 되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당당히 그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모녀는 서로의 꿈을 인정해주며 갈등을 극복한다.

‘오 할리우드’는 비록 미국 드라마지만, 또한 자녀의 꿈과 관련해 갈등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정의 모습을 투영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자녀의 꿈과 관련한 갈등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고 있다.

2020년부터 방영 중인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는 어릴 적 성악을 하다 포기했던 ‘오윤희’는 자신의 딸이 성악을 하겠다는 꿈을 반대하고 갈등한다. 이 모습은 ‘오 할리우드’ 속 ‘에이비스’와 그의 딸과 매우 유사하게 그려진다.

뿐만아니라 2018년에 흥행했던 드라마 ‘SKY 캐슬’에서는 서울대를 보내기 위한 부모의 바람으로 인해 자녀와 갈등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복지 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학생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은 연기자, 가수, 연극·영화 연출가 등의 문화·예술 전문가였다.

반면 부모들이 바라는 자녀의 직업은 의사, 법조인, 교수·과학자, 연구인 등의 전문직이었다. 이를 미루어보아 드라마 속의 갈등이 현실에도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가 갈등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17년에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갈등 분야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세대는 생활습관(50.8%), 소비 태도(47.8%) 측면에서 자녀세대와의 갈등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자녀세대는 사회적(44%), 정치적(36%)인 측면에서 부모세대와 갈등을 느낀다고 답하였다.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통계다.

현재 코로나19가 가져온 환경으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음이 나타난다. 최근 ‘한국 청소년 상담 복지 개발원’에서 청소년 가족갈등 상담 건수를 조사했는데, 2019년에 비해 약 51%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속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줬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여 이 상황을 잘 활용하면,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집에서조차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각자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까지 각자 분리돼 스마트폰을 보는 등 개인적으로 활동하기보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는 게 어떨까? ‘오 할리우드’와 같은 드라마를 함께 보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실제로,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한 학생은 학교에서 진행했던 성격유형검사(MBTI)를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보았는데,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재미를 느끼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돌려 생각해 보면, 이 불안감을 극복하고 가족 간 친밀감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 또한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꽉 붙잡을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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