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체구에 거무잡잡한 피부, 장정민(39) 인천시 옹진군의회 의원의 옹골찬 모습이다. 그런 그가 어버이 날이었던 지난 8일 중구 서해로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정문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피켓을 들고 1인 침묵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뿐 입니다. 백령도에 들어가 어르신들에게 인사라도 했어야 하는데…” 장 의원은 칠순을 넘긴 노모(74)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일을 포기했다. 그보다 급한 큰 일 때문이었다. 근 1년간 공백기에 빠진 백령도 용기포 여객선부두 보수공사였다.

“자기 동네의 진입로가 끊겼다고 칩시다. 1년 넘게 그대로 놔두고 싶은가.” 장 의원은 이해할 수 없는 인천해수청의 행동에 참고 또 참다가 분통이 터져 1인 시위에 나섰다.

장 의원은 지난해 5월부터 중단된 용기포 여객선부두 보수공사의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해수청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저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막연한 답변이었다.

지난해 11월 재개한다던 보수공사가 또다시 감감 무소식일 때 화도내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때 역시 겨울철이라 공사를 못한다는 짤막한 해수청의 설명이 전부였다.

“말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어요. 국가 공무원이라 지방의회 의원을 무시하는 건지, 약이 바짝 오르더라고요.” 장 의원은 주민들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데다 이용하기조차 위험하기까지 한 여객선부두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다. 까나리와 꽃게 철이라 바다에 나가는 어민들, 모내기 준비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농민들을 보고 ‘인천으로 나가 시위라도 벌이자’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혼자서라도 나서야죠, 그게 의원이 해야할 일 아닙니까?” 비록 1인 시위이지만 장 의원은 주민들이 그래도 고맙다.

전화로 ‘함께 있지 못해서 미만하다’는 주민들의 격려 때문이다. 바쁜 일이 끝나면 인천에 나가 피켓을 들고 함께 서 있겠다는 벽령도 섬사람들의 위로도 그의 귀에 들려왔다.

주민들의 격려가 약이 됐는지 해수청에서 이달 말까지 해결하겠다는 답변도 들었다.

“돌아가신 지 10년된 아버님도 하늘에서 ‘잘 한다’고 칭찬해주실 겁니다.” 장 의원의 아버지는 지난 1998년 홀몸인 고모할머니의 아침식사를 갖고가다 교통사고로 숨진 인천시의회 2~3대 의원이었던 장윤의(당시 59세)씨였다.

장 의원은 지금 행복하다. 아버지의 유지대로 의원이 됐고, 나를 알아주는 주민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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