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는 “테스트 부정확할 수도” 의견 보여

부경소비자연맹이 최근 칫솔살균기 15개 제품의 살균력을 테스트한 결과값. (테스트값에 “이견이 있다”는 의견을 보내온 유비텍 측 2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제품들은 가림 처리함.)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인위생의 관심이 증가하며 시중에 인기 품목으로 팔리고 있는 휴대용 칫솔살균기(이하 살균기) 제품의 살균성능이 업체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 부산·경남(이하 부경소비자연맹)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15개 제품에 대한 살균력(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녹농균, 뮤탄스균 등 4개 균 대상) 및 안전성 표시사항 등에 대한 시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15개 제품 중 일부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등을 99.9%까지 제거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제품 가운데서는 전자파적합성인증 및 전기용품 안전확인인증표시 누락 등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이 구입 시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경소비자연맹은 살균기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을 조사한 결과 중복응답으로 살균력 78%(186명), 가격 41%(98명), 충전방식 및 충전시간 26%(61명) 순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살균기의 수요 증가 이유로는 개인위생 관심 증가 88%(210명),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에 따른 안전문제 관심 증가 49%(117명) 순으로 조사됐다.

현재 휴대용 칫솔 살균기의 살균력 검증을 위한 시험 방법에 대해서는 표준 규격이 없는 상태다.

이에 부경소비자연맹은 소비자의 사용 환경과 가장 유사한 조건(USB단자 사용 혹은 건전지 장착 등 업체에서 안내한 방식)으로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녹농균, 뮤탄스균 등 4개 균에 대한 살균력 시험에서 15개 제품 중 3개 제품만 4개 균 모두가 99.9% 감소되었다. 

나머지 12개 제품은 4개 균 모두가 99.9%에 미치지 못하고 일부 균에서만 99.9% 감소함을 보였다. 황색포도상구균의 최저 감소율은 40.7%, 대장균은 47.8%, 녹농균 13.5%, 뮤탄스균 31.5% 등이다. 다수의 업체가 광고하고 있는 99.9%의 감소율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부경소비자연맹은 “구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휴대용 칫솔 살균기에 대한 성능과 정확한 정보제공이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사업자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또 살균력 검증을 위한 테스트의 기준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부경소비자연맹의 의견대로 실제 살균력 검증에 대한 기준은 현재 없는 상태다 보니, 실사용자와 거의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방식이 완전히 정확하다고만은 할 수는 없다는 논리도 있다.

실제 일부 업체는 이 결과값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살균기 제조업체 ‘유비텍’의 관계자는 “부경소비자연맹 실험 대상이었던 닥터웰의 제품(DR-190)과 카카오프렌즈의 제품(KFTS-APK-001)은 우리가 납품하는 것으로 두 제품은 외관 디자인만 다를 뿐 실제로는 완전 똑같은 부품이 들어가는데, 살균력 테스트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칫솔살균기 제조업체 ‘유비텍’ 측이 부품으로 사용한다는 UV램프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한 살균력 테스트 중 대장균 제거 효과 테스트 결과.

 

이 업체 측은 “우리 제품의 살균에 사용하는 UV램프는 지난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살균력 등 테스트를 의뢰했고 시험 후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을 99.9%까지 제거 결과가 나왔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업체가 전달한 결과값에 뮤탄스균 결과값은 없다.

유비텍 측은 “우리가 납품하는 두 업체 중 닥터웰의 경우 모 유명연예인이 전속모델인 걸로 알고 있고, 카카오프렌즈는 ‘라이언’이라는 인기 캐릭터가 있다”면서 “의문이 드는 시험 데이터가 자칫 모두 진짜처럼 받아들여지면 업체별로 전속모델이나 캐릭터 등의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누가 봐도 이의제기가 없을 만한 결과값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자가 해당 모델들을 파악하기로 해당 제품들은 USB 전력 혹은 AA형 건전지 2개를 끼워 사용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USB 전력은 5V, AA형 건전지 두 개의 직렬 연결은 3V다.

이처럼 전력차가 있는 경우 UV램프를 사용하는 살균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해당 업체의 제품들에는 그런 적시사항이 표기되지는 않았다. 표기를 하지 않은 만큼 사용자들은 성능차가 있다고 인식하기가 쉽지 않고, 테스트의 진행에 있어서도 이같은 전제가 간과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즉, 이는 업체의 실수로 봐도 무방하다.

부경소비자연맹 측의 결과를 의심하는 해당 업체 측도 이같은 실수는 인정했다. 유비텍 관계자는 “향후 출시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USB 연결이 건전지로 사용할 때보다 살균력이 더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담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경소비자연맹 측도 시험 결과값이 부정확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는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연맹 측 관계자는 “15개 업체 중 4개 업체가 제조사에서 제품의 살균력 검증 시험결과서를 회신했고, 또 일부 시험 결과값이 상이하며 시험 조건에 따라 결과값이 차이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연맹 측은 “발표자료를 배포할 떼 살균력 검증을 위한 테스트의 기준 도입이 시급하다고 적시한 것도 그런 이유들이 있었던 만큼 향후 보다 명확하고 업체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기준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살균기에 관한 가격·품질 비교정보는 ‘행복드림(www.consumer.go.kr)’ 내 ‘비교공감’란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될 예정이라고 연맹 측은 밝혔다.

 

‘유비텍’ 측이 “전력방식에 의한 성능차를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게 개선하겠다”며 보내온 기존 제조품 라벨과 신규 제조품 라벨 모습. USB 연결 때 살균이 더 잘 된다는 식의 메시지(아래)가 들어갔다. 지금까지의 제품(위)에는 이런 메시지가 적시되진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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