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반상회 날 이에요. 안건으로 아파트 단지 내 화단 꾸미기와 쓰레기 분류, 그리고 동사무소에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매월 25일 열리는 여느 반상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천시 중구 신흥동 3가 32통 반상회의 모습은 이와는 달랐다.

4년째 이 곳 통장 일을 맡고 있는 이재영(52·여)씨에게 반상회는 관에서 내려온 공지사항을 주민에게 전하고, 건의사항 등을 수렴하는 최 일선의 행정 행위는 아닌 듯싶었다.

지난 4일 인천시는 이례적으로 반상회가 잘 운영되고 있는 지역을 찾아 해당 지역 통장에게 시장 표창을 주었다

“상을 받는다는 게 너무 부끄럽네요.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이씨는 처음에 시상식에도 참석치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다 축하 꽃다발을 한 아름 준비한 주민들에게 등 떠밀려 상을 받는 행사장에 수줍은 모습으로 참석했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동네 주민들을 잘 도와줘서 (반상회가)이 만큼 운영되는 것 같아요.”

요즘, 반상회를 예비군 훈련만큼이나 성가시게 여기는 풍토 때문에 인터넷으로 모임을 대신하거나 심지어 반 강제적으로 회비를 걷어 주민들 간에 마찰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 여지 껏 특별히 회의 운영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아들 내외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가까운 친척이 동네에 살고 있어 마을 주민 모두가 일가친척 같아요. 그래서 인지 반상회 날은 돌아가며 하는 가족회의 같아 늘 기다려져요.”

이씨는 반상회 날이 가까워 오면 사실 회의할 안건보다 어떤 음식을 이웃들과 어떻게 나눠 준비할까가 더 고민된다고 털어 놓았다.반상회가 일 없는 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나 떠는 모임쯤으로 여기면 큰 오산이다. 이곳 32통은 지난해 살기 좋은 동네로 꼽혀 표창을 받았을 정도다.

“각 세대에 “일일이 민방위 훈련 통지서를 비롯해 동사무소에서 전하는 각종 공지 내용을 알려주다 보면, 간혹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게 되고 정도 들어요.”

32통에 사는 230세대의 숟가락 숫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씨가 반상회를 잘 운영하게 된 비결은 이웃사촌인 동네주민들과 흉금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정 때문이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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