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경 차상철

지난해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인해 7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고시원 입주민의 대부분은 40~70대 생계형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며 화재가 발생한 301호 아래층에는 베트남 출신 대학생 또한 거주하고 있었다.

고시원 화재가 곧 ‘주거 빈곤층의 참사’가 된 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내몰린 외국인들의 처지도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등은 화재 방재 장비가 취약한 곳에 사는 것에 더해 대피와 관련한 정보를 읽어낼 수 없는 언어 장벽까지 겹치면서 예상치 못한 재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경남 김해의 원룸에서 불이 나 숨진 우즈베키스탄 아이 두 명도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국일고시원에도 두 층 54개(2층 24개, 3층 29개, 옥탑방 1개) 방 가운데 5곳에 외국인이 살고 있었다. 일본인 1명은 목숨을 잃었고, 같은 베트남인 2명과 중국인 2명은 대피했다.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은 스프링클러도 없고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아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또한 피난 통로로 사용되는 비상구에 계단도 없이 완강기만 있거나 완강기가 설치된 곳에 조명이 없어 완강기에 붙어 있는 사용법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 고시원 쪽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별도의 완강기 사용 안내나 피난 안내도를 설명하는 일도 없다.

사회에서도 소외되고 힘든 근로자와 외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에서 잘살아 보고자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화마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행동요령을 숙지하게 해야 하며 또한 가정 및 일터 내 소화기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사용법을 익혀두게 해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무리한 진압을 시도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며 유사시 대피경로를 확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가 차단되고 연기로 인해 당황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평소 대피 로를 철저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생명의 통로가 될 수 있는 비상구 등에 장애물을 적재하는 행위는 절대 금지하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화재는 예방 가능한 재난이며 안전의식과 기초소방시설로 대비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한 작은 노력이 안전을 만들고 행복을 이루게 한다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임한다면 모두가 안전한 겨울을 보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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