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멘티-여성복지관 도배반>

“여러분끼리 똘똘 뭉쳐야 합니다. 선후배, 동기들이 현장의 정보를 나누는 정기모임을 꼭 만드세요. 서로 끌어주고 도와줘야 모두 발전할 수 있어요.”

인천여성복지관 도배반 서정분 강사(57). 87년 개관 당시 도배반 초대 강사로 부임해 20여년 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그러나 그 말보다 도배반 1기에서 현재의 60기에 이르는 수많은 제자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막강한(?) 리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십 수년전에 도배반을 마친 수료생이든, 현재 수강생이든 ‘무얼 하자’하고 사발통문이 돌면 수 백명이 모이는 것은 쉬운 일. 사회교육기관 수료생들이 졸업후 제 갈 길로 가느라 동기끼리도 서로 연락조차 못하는 것과 달리 서 강사를 중심으로 1기 대선배부터 60기 까마득한 후배가 스스럼없이 만남을 갖는다.

“건설현장 등 도배가 필요한 분야의 돌아가는 현황이나 정보를 빨리 빨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려면 선후배, 동기간 정보교류는 필수지요. 도배 보조가 급히 필요할 때 같은 복지관 후배를 부르려 해도 손발이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니까 평소 친분을 쌓아두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지요.”

맥을 이어온 그만의 이 독특한 협력시스템은 국내 최초의 도배강사라는 그의 이력과 경험에서 나왔다.
“80년대 초 YWCA 본부는 도배, 페인트, 타일 같은 남성영역의 직업을 최초로 여성에게 가르치는 무료강좌를 열었죠. 운동신경이 좀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도배를 배웠는데 재미있고 매력적이었어요. 3개월 후 결국 국내 첫 여성도배 강사가 되어 Y에서 강의를 했죠. 여성 도배사가 전무하던 시기니까 배출생들끼리 힘을 합쳐 새 길을 개척해 나가도록 했는데, 효과가 크더라구요. 인천에 와서도 그 경험을 실천에 옮겼죠.”

평소에는 웃음이 가득한 푸근한 언니이자 어머니였다가도 강의를 시작하면 엄하고 철두철미해 강의실을 휘어잡는 통솔력이 있는 선생님. 제자들 표현대로 열의 넘치는 그의 교육을 받고 정식 도배사 자격증을 얻은 수료생들은 인천은 물론 전국 각지의 굵직한 건설현장에서 도배팀을 이끌며 월 수백만원을 버는 번듯한 전문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복지관 개관 초기만 해도 도배를 배우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저도 미싱자수를 배우려다 그 반이 정원초과되는 바람에 마지못해 도배반으로 갔죠. 그런데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시는지 수료후에는 정말 도배반에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88년 도배반 2기를 마치고 지금까지 도배사로 활동하는 김인자씨. 그는충실한 강의와, 현장을 뚫어가며 수료생들을 하나라도 더 취업시키려는 스승의 노고가 알려지면서 도배반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인기 강좌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연 두 차례 가는 도배반의 정기 야유회면 40인승 버스 5대가 기본이고, 봉사활동할 때 도배반이 없으면 안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단합된 힘을 과시하는 도배반. 남성 전문영역에 도전해 교사의 자리에 오르고, 식지 않는 열정으로 제자들을 이끄는 스승과 ‘도배에 관한 한 서정분 선생님에게 꼭 배워야 한다’며 전적으로 신뢰와 사랑을 보내는 제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역사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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