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제 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투표율 44.2%로 제 2, 3회에 이어 또 다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제주도의 67.3%에 비교하면 무려 23%가 낮은 것이다. 투표율 50%를 목표로 캠페인 등 각가지 방법을 동원했던 시선관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번에도 투표율 최하위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박이가 적다든가, 혹은 잠시 머물다가 가는 도시라서 지역과의 일체감이나 공속의식이 약하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유권자들의 지역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인천이 정치 무관심 도시로 전락한 것은 지방자치가 실시된 다음부터이다. 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인천은 가장 먼저 황해를 넘어 중국 대륙을 겨냥한 도시 발전 전략을 구상했다. 지금의 경제자유구역은 이 같은 인천의 예지력과 진취적 정신의 소산인 것이다. 그러나 인천이 동북아 중심을 꿈꾸며 달려오는 동안 시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싹트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수다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거대한 슬로건을 달고 나왔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꿈과 희망도 함께 포말처럼 부풀었다가 꺼지기를 수 없이 되풀이되곤 했다. 구호만 선명하고 실체는 희미했던 수많은 프로젝트가 시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키운 것이다.

도시도 사람처럼 꿈을 갖고 있다. 10, 20년 후 어떤 모습으로 후대에게 남겨질 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누구보다도 도시의 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부단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동북아의 중심이라도 좋고, 국제도시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은 꿈을 실현하려는 것인지,

또 어떻게 행하려는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이념과 구체적인 목표를 시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인천의 꿈과 이상이 사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침투하게 되면 그것은 곧 시민들의 정신적 지주와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리고 시민들로부터 자기 지역 발전에 대한 의욕과 단합심도 끌어 낼 수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인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분명해진다.

가장 큰 원인은 정책과 시민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정책이 전문화되고 결정과정은 점점 복잡해지는데, 일반 시민들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동북아의 허브 구상이나 경제자유구역 추진이 그 좋은 예이다. 방향이나 목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선거기간에 있었던 일이지만 경제자유구역을 놓고 벌어진 치열한 공방의 배경을 제대로 이해한 시민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마치 객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인천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대한 사안들인데도, 이른바 인천의 주인들은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내편의 승리에만 관심을 갖는 관객이 된 것이다. 하지만 관람조차 하지 않은 유권자가 더 많았다는 것이 앞으로 인천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제 인천의 정치는 시민 곁으로 다가가 정책과 민생과의 거리를 좁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 과정을 소상히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노로그가 아닌 다이로그의 정치를 시민들은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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