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大地)는 미국의 여류 작가 펄벅(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작품이다. 파란 눈의 여인이 중국의 문화를 재치 있게 사실적 문학적으로 다루었기에 더욱 흥미와 관심을 끌게 한다. 주인공 왕릉이 장가들어 한 가족을 이끌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중국 서민계급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가난한 농부 왕릉은 부자 집 계집종 오란을 아내로 맞이한다. 순종적인 오란은 산후 조섭도 하지 않고 집일, 들일을 가리지 않고 하녀처럼 열심히 해내며 자식을 낳아준다. 아들을 낳을 때는 당당하고 딸을 낳으면 미안해하는 오란을 통하여 남아 선호사상이 깊게 깔려 있다. 가뭄으로 기근이 들어 왕릉 일가는 남방으로 피란을 간다. 오란은 동냥질도 서슴지 않는다. 왕릉은 인력거꾼이 되어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과 주림을 탈피하지 못한다. 그럴수록 고향에 두고 온 대지(大地)를 잊지 못한다. 하여 자기 딸을 팔아 고향으로 가려고 하던 차에 극심한 빈부차이로 인하여 난리가 난다.

난리 통에 오란은 많은 보석을 손에 넣는다. 이 보석으로 왕릉은 큰 부자가 되어 많은 대지를 사들인다. 왕릉의 신분은 가난한 농부에서 갑부로 신분이 급상승 되어 진다. 대지(大地)의 소유는 곧 부(富)의 상징이기에 부(富)를 축적한 그는 가부장적인 권위를 최대한 누리며 산다.

또한 여러 명의 첩을 두는 것이 부의 척도인지. 외도를 일삼고 마침내 첩을 사들이기에 이른다. 첩과의 갈등, 아버지인 왕릉의 애정 행각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들들. 한 술 더 떠서 메뚜기 떼들의 기습을 받아 농작물에 피해를 적지 않게 본다. 사람마다 걱정 없는 사람은 없는가 보다. 가난 할 때는 없어서 고통스럽고, 부자가 되면 또한 있어서 걱정스러운 일이 생기니 말이다.

왕릉의 위풍당당한 갑부로서 삶이 전개되는 동안 대조적으로 왕릉의 처 오란의 처지는 종의 종이 되어간다. 살만해지니 조강지처의 외모에 불만을 갖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첩의 종의 시중까지 들기를 바라는 주인공.

이 불합리한 사회를 중국 여성들이 감지해야 할 일이지만 중이 제 머리 깎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이방인 펄벅여사를 통해서 은연중에 여권신장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여자를 종으로, 아내로, 사고파는 야만적 가치관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묘사한다. 중국 여인들은 남성의 소유물임을 입증하는 편발. 21C, 이러한 불합리를 얼마나 치유하고 있을까. 부부란 함께 노력한 만큼 함께 누려야 할 일이 아닌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어울리지 않듯이 바르지 못한 문화는 퇴출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으로서 간직해야 할 도덕적 예절은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배워가며 비판되어지고, 존중되고, 부정하면서 보다 건설적이고 보람된 가치관으로 개선되어야할 일이다. 대지를 통하여 시사하는바 크지만 중국의 상습적 관습적인 인권유린을 고발한 작품이기에 그 비중이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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