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정치학박사 장순휘

결국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지난 15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을 ‘김여정 하명법(下命法)’이라고 조롱도 하는데 앞으로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등을 살포하면 처벌을 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3일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한 북한 김여정이 성명을 통해 “(전단살포가) 방치된다면 머지않아 쓸모없는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하며 겁박을 했었는데 실제로 그 첫 강경조치로 6월 16일 14시 49분에 102억짜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단 몇 초 만에 폭파하는 불법도발을 저질렀다.

이 행위는 김여정의 담화발표 4시간여 만에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4일 오전 “대북전단 살포는 중단되어야한다”고 호응하며 “법률안 제정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아부(阿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채로 보란 듯이 폭파한 것이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정부의 반응은 “몰상식한 행위”라는 비판에 그치고, 대북 손해배상청구라든가 국제법상의 피해보상조치를 안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의 빌미로 생트집을 잡은 직접적인 원인은 ‘대북전단살포’인데 이 전단살포는 남북한이 해방 후 38도선으로 분단되면서 북한의 구소련군정당국과 남한의 미군정당국 간에 신생국 한국인을 대상으로 정치선동·선정의 심리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과도기적인 국내상황에서 북한 김일성은 조직적이고 다양한 방법과 기술로 공산주의 이념의 선정·선동 등 공세적인 심리전을 자행했던 반면에 남한은 미군정당국의 '군정법령 제11호' 즉 종족, 정치, 사상, 국적, 신조를 이유로 처벌되는 모든 현행법을 1945년 10월 9일부로 폐지하고, 공산주의(남로당)를 포한함 각종 단체의 정치활동을 합법화시키는 안일한 대응의 오류를 저질렀다.(이윤규, 6.25전쟁과 심리전, 2011.) 

그후 6.25전쟁 전중후(前中後)로 쌍방의 전쟁의 한 방법으로 전단살포를 이용한 심리전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전후에도 북한측에서 김일성 우상화와 남한사회의 비난과 불안조성 등 선제적이며 공세적으로 자행했던 점에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할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전쟁법(무력충돌법)' 상에는 본질적으로 ‘휴전(armistice)’은 적대행위의 중지에 불과하고 ‘전쟁의 종료(the end of war)’는 아닌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1953년 7월 27일 22시에 ‘정전(停戰)’한 6.25전쟁은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전쟁 중(on war)’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명백한 군사적 적대행위없이 적군이나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주어 자국의 정치·외교·군사면에서 유리하도록 이끄는 전쟁”으로서 심리전(心理戰)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공동선언' 제2조 제1항에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라는 정부의 합의에 따른 미이행을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된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국방부의 심리전업무로써 한미연합심리전작전(Combined PsyOPN)과도 연계된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흥정과 거래의 선언적 대상이 아닌 것이었다. 

국방부가 업무의 파악을 잘했다면 ‘4.27 판문점 공동선언’에서 삭제를 했어야 했고 아니라면 탈북민간단체와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가지고 심리전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대북 살포행위를 중단해야하는 불가피한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4.27 판문점 공동선언’을 성실하게 이행했느냐? 그렇지않다는 것이다. 제1조 제1항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의 이행”, 제3항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 제5항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와 제2조와 제3조 제2항 “단계적 군축실현”, 제4항 “완전한 비핵화” 등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으면서 우리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전단살포문제를 트집잡아 남북간의 ‘4.27 판문점 공동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사문화(死文化)하겠다는 겁작을 하는 짓은 차마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라는 격이 아닌가?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위축할 수 있는 이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쟁 중인 나라에서 상대국의 심리전에 무방비(無防備)를 법제화한 것은 안보를 저해하는 ‘이적행위(利敵行爲)’라 볼 수도 있다. 18일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미국무부 부장관이 12월초 한국방문 시에도 이 법의 통과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고 전해지고 있다. ‘세계 인권선언 제19조’에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조항에 따라서 북한주민을 향한 탈북자들과 시민단체 활동에 제한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퀸타나는 법에 결함이 많다며 (석달 뒤)법을 시행하기 전 민주적인 기관이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니 정부에서는 이 법의 무리한 점을 인정하고 일부라도 개정하는 결단을 촉구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안보차원의 심리전의 주무 부서로서 책임을 지고 합리적인 개정에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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