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경유의 교통세 법정세율과 지방세율 인상으로 소비자가격이 리터당 52원 가량 오른다고 한다. 반면 휘발유는 지방세율이 인상됐지만 탄력세율 조정으로 인해 세부담 증가가 없고 소비자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 2003년 ‘경유차 환경위원회’ 합의문에 근거하여 휘발유·경유·LPG의 가격 비율을 당초 목표였던 100대75대60이 아닌 2006년 7월까지 100대85대50으로 조정하겠다는 합의정신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경유자동차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서민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다. 더욱이 연료가격으로만 보면 휘발유 차량 소유자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는 조치로 비난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경유다목적차(RV)와 운행중인 화물트럭·버스 등 경유차로 인한 대기오염이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얼마 전 디젤 승용차를 10년 타면 휘발유 승용차 대비 저렴한 경유값으로 경차 한 대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신문기사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그 근거는 이렇다.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각각 1천582원과 1천300원으로 가정할 때, 1천500㏄급 승용차의 경우 연간 2만㎞를 주행하면 디젤차의 유류비용이 연간 85만원 절약된다는 분석에 근거하여 10년을 보유하며 운행할 경우 8년5개월간 무려 722만5천원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물론 운행과정의 추가적인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지출해야 할 환경부담금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유럽에는 도심을 오가는 많은 승용차가 경유승용차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유자동차는 저렴한 연료가격으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현재 유럽에서의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은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0대85~97수준으로 휘발유가격과 경유가격이 거의 비슷한 국가도 있다. 경유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경제적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없음에도, 유럽의 많은 운전자들은 경유승용차를 선호한다.

그 해답은 경유자동차의 개선된 연비에 있다. 최근 2,000㏄급 경유승용차의 연비가 20㎞/ℓ을 훌쩍 뛰어넘었으니 우리나라 경차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30∼40% 연비가 좋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 차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렇듯 고유가 시대에 따라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자동차 엔진효율 개선을 위한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운수성이 지난 3월말 SUV와 미니밴 등에 적용할 새로운 연비기준을 발표했는데, 새 연비기준에는 대형 SUV도 포함되었으며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전 모델에 걸쳐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

최근 국내에서 시판된 2천㏄급 경유승용차의 연비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 각각 17.3㎞/ℓ와 13.5 ㎞/ℓ 수준이다. 동종의 기존 휘발유 차량에 비해 각각 41.8%, 23.9%가 향상된 결과라고 하지만, 경유자동차가 꾸준한 연비개선을 이루지 못한다면 경유자동차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더욱이 경유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유승용차 배출허용기준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EURO-4 수준으로 설정하고 세제감면 등의 조치를 통해 배기가스 후처리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가 80%이상 부착되도록 정책방향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은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더욱 강화한 EURO-5의 조기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각한 우리나라 대기오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인한 오염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가격체계 조정과 저공해차량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 연료품질의 개선 등을 통해 경유 다목적차를 포함한 경유차 전반의 대기오염문제를 최소화하고, 무·저공해 자동차의 조기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감축 문제도 국내외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깊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세계 최악 수준인 수도권의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정부, 기업이 지속적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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