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인천 중구 도든아트하우스에서 동양화가 구본아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구본아가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대산수, 대자연의 모습과 도시폐허의 유사성과 이질성을 보여주는 기존의 작업에서 변화해 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가깝고 축소된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사회와 문화는 자연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이른바 서구근대성의 이분화 사유 양식에 따라 대다수 사람은 특히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가 기호, 담론, 의미, 믿음, 이데올로기 등의 비물질적인 것들에 의해 조직된다고 여겨서 물질적인 것들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적으로 유행하는 사태에 직면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사회적 관계가 바이러스라는 사물에 의해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 부닥침으로써 비인간 사물의 역능을 불쑥 깨닫게 됐다. 다시 말해서 사회와 문화는 더 넓은 자연에 묻어 들어가 있는 생태임을 떠올리게 됐다.

기존에는 폐허의 골계와 같은 건축적인 이미지를 통해 미완과 붕괴의 이중성을 담았다면 이번 작업에는 고문서에 좀이 쓴 모습과 화려했던 결정체의 풍화된 형상 속에서 자연의 흔적을 담아냈다. 

자연의 순환과정속에서 문명의 잔해들을 통해 옛 영광을 엿볼 수 있는 시각을 창조함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과 퇴화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문명의 쇠락과 잔해에 피어나는 새로운 자연의 태동은‘시간성, 그리고 나아가서는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을 내포한다. 

어떠한 사회나 역사적인 시기도 종국에 남겨지는 것은 그 잔해이다. 이 잔해들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보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생활을 재해석하고 바라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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