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이진경

손녀를 돌보는 이웃 할머니는 마치 손녀딸과의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일상을 이야기한다. 아침에 우유한통을 다 먹었는데도 또 뭔가를 자꾸 달라고 한단다. 

듣고 있다가 어떻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지 묻자 그 조그만 입을 크게 벌리고 손가락으로 입에 넣어달라는 제스처(gesture)를 보이니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간식을 주고 아기는 잘 놀고 있으니 말 못하는 아기와 할머니의 소통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긴 자녀들을 키우면서 아기의 다양한 욕구가 무엇인지 척척 해결해 주는 것이 양육자이고 상호소통의 신비함이다.

이에 대해 미국 심리학자인 앨버트 매러비안(Albert Mehrabian)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의사소통은 몸짓과 태도 등의 행동이 55%를 차지한다고 했다. 음성, 어투 등 청각적인 요소가 38%, 말의 내용은 7% 정도라고 하니 이에 비하면 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아기와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 있어서 마음껏 감정표현이나 사랑의 말을 풍성하고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 외국인 어머니의 경우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2018년 다문화 출생아는 1만 8079명으로 전년(1만 8440)보다 361명(2.0%)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반 출생아 32만 7000명이 전년보다 8.7% 감소한 것에 비하면 다문화 출생아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다. 

이제 다문화가정에 대한 형태와 개념이 유연하게 정립해야 하는 현실적 대응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단일언어가 자연스럽고 대표적인 기준이라는 신념이 강하다보니 외국인 어머니에게 한국어 사용을 재촉하고 강요한다. 이로 인해 이중언어환경, 다언어 습득이 가능할 수 있는 자녀의 능력을 태어나면서부터 박탈하는 격이 되고 있다.

그나마 이중언어 사용을 위해 노력하는 가정에서도 아이들은 밖에서는 창피하다고 안하고 외국인 어머니의 친정방문 경험에서 그곳 아이들과 놀면서 금방 습득했던 말들도 한국에 와서는 다 잊어버리고 만다. 이중언어 사용에 대해 다문화가족의 태도뿐만 아니라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대부분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언어적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중학생이 6.5%, 고등학생이 10.1% 미취학이다. 학업중단은 중학생이 2.15%, 고등학생 2.71%로 게다가 학교생활에서 집단따돌림에 취약한 그룹이라는 점이 큰 문제라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다수자들 편에서 다문화감수성을 높이고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의 영향력에 대해 자녀들의 교육까지 이어지면 소외 문제를 제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이중언어, 다중언어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언어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가 컸지 언어자원의 확보라는 확신은 적었기에 이중언어의 강점을 살필 여력이 없었고 다문화청소년들은 정체성혼란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다문화가정 어머니의 거주기간이 늘면서 성장한 아이들의 학업과 직업선택의 기회에서 이중언어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언어, 다양한 문화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는 현지화 된 마케팅이 필수적인데 그 나라 언어가 기본이라고 했다.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해서 이에 걸맞은 방식으로 어필해야 성공한다고 하니 다문화가정의 자녀야말로 미래의 외교, 기업의 확장을 담당해 낼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중언어말하기 대회도 영어말하기 대회, 중국어 말하기 대회처럼 일반 어린이도 참여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이중언어 사용이 신바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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