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양화가 이철희의 작업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에 있다. 그의 그림은 놀이후의 흔적을 보고 있듯 거짓도 꾸밈도 없이 순수하고 맑다.

이번 전시에서 이철희는 의도된 우연의 조형행위를 통해 회화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방식을 구사한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방법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그는 마치 농부가 쟁기질을 통해 경작 터를 다지듯 롤러 질을 통해 그림 터를 닦고 그 위에 다시 물감을 흩뿌리는가 하면 마구 헝클어진 물감들 사이로 미리 작업한 테이프를 잡아 뜯어 예견할 수 없는 선이나 면들을 표출시킴으로써 화면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철희에게 자연은 예술의 무한한 영감과 삶의 이치를 깨달아 화면으로 이끌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그에게 변화하는 자연은 표현대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감흥을 표출해내게 하는 촉매로써 그 자신 깊숙한 세계에 감춰진 감정을 맞닥뜨린 자연을 통해 들추어내 그만의 예술적 감각으로 화면을 이끈다.

이철희는 기억의 잔상이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자신만의 것을 끄집어 화면에 독특한 회화적 영감으로 늘어놓는 일, 무수히 흩뿌려지고 문질러 이뤄진 중첩된 색과, 있는 듯 없는 듯 보이는 형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풀어내 감상자에게 따뜻한 감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연적 자유로움과 이를 적당히 긴장시키는 조형적 행위는 결국 그가 살아오며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 켜켜이 쌓아온 한 순간순간 기억의 편린들이 그의 가슴을 통하고 손을 거치면서 이루어낸 희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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