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정치학박사 장순휘

지난 7일 방탄소년단(BTS)은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코리안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했다. 그 자리에서 BTS를 대표해 랩몬스터(RM)는 수상소감으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our two nations : 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편견없는 연설을 했다. 

이 말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나 대중국 적대발언이 아닌 평범한 수상소감으로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에 대한 수상자의 단순한 사실언급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네티즌들은 일제히 '고난의 역사(history of pain)'이라는 단어에서 당시 중공(Red China)의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을 비난한 것으로 말꼬리를 잡아서 BTS를 빙자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향해 '문화적 보복(cultural revenge)'을 하고자했던 ‘몰상식한 버르장머리’가 또 나온 것이다. 

즉 “6.25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수많은 희생을 무시한 말”로 왜곡해 BTS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중국 네티즌의 역사인식의 모순과 왜곡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2030세대인데, 각각 ‘링링허우(00后)’와 ‘주링허우(90后)’로 불리는 ‘Z세대’로서 2000년대와 1990년대 출생한 출생자를 칭한다. 

바로 이들이 한류(韓流)주체로서 시진핑 집권이후에 ‘대국굴기(大國崛起)’와 ‘중국몽(中國夢)’의 강력한 중화사상(中華思想)교육으로 성장한 국수(國粹)주의적 청년계층인데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릴 경우에는 적개심을 가지고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한다. 

특히 한국전쟁에서 마오쩌뚱이 북조선의 김일성을 도와서 저지른 침략전쟁행위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것이고, 그로 인해 한국민에게 분단의 고통을 지금까지 주고있다는 전쟁공범으로서의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올린 사이버 폭력댓글은 지난 11일자 중국 웨이보(微博)에는 “미국 원자폭탄 안 맞아봤지? 한 번 터졌으면 좋겠네” 또는 “중국에서 돈 벌 생각말고 그냥 꺼져라” 등의 폭언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해외언론에서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성향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서 BTS를 둘러싸고 언론전 양상이 됐다. 

12일자 뉴욕타임스는 “수상소감은 악의없는 말이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를 공격했다”라고 논평했고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 정치지뢰들(political landmines)이 깔려있는 최근 사례다”로 비난했다.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중국 민족주의의 위험성”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 네티즌의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국수주의적 편협성이 비난한 것이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서는 중국(China)과 나치(nazi)를 합성해 만든 ‘차이나치(Chinazi)’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의 네티즌들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출신 쯔위가 2016년 MBC-TV 예능프로에서 대민국기를 흔들었다고 사이버 폭력을 가했고 지난 8월 22일 방영된 MBC-TV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예명짓는 과정에서 “마오 어때요?”라고 농담했다가 집중적인 인신공격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중국은 정치군사적으로도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문제를 시비로 자국에 진출한 롯데계열사의 전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 · 위생점검, 안전점검으로 무차별 보복하여 21조원의 피해를 입히고 퇴출시키는 양아치같은 행패도 저질렀다. 

이처럼 중국 정부와 중국 네티즌이 대한민국과 한국민을 호구(虎口)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정상적인 정치외교적 대응을 안했던 점에서 우리를 얕잡아보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한다. 

이런 무기력한 정부의 대응 때문에 심지어 지난 1월 1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WSJ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속국)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라고 말했던 외교적 결례에 대하여도 과연 엄중한 항의를 했었는지를 묻고 싶다. 국가가 스스로 약소국을 자처한다면 주변국은 약소국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오만한 언행에 대해 외교적 경로를 통해 철저히 따지고 넘어갈 때 국격과 함께 국민도 대접을 받는 것이다. 

이번 BTS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사이버 폭력행위에 대해 그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정부차원의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한다. 대중문화예술의 초일류 강대국 대한민국에 대한 중국의 ‘해코지’에 대해 더 이상 무대응방식보다 국제사회와 연계한 포괄적인 대응으로 국제문화예술의 선진화도 주도해야 한다. 대한의 아들 BTS여! 더 당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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