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그리움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현재보다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것을 소재로 많이 그리기 때문이리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재도 그림을 그리면 과거, 그리움이 돼 버리니 그림은 삶의 발자취도 되겠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지나간 자신에 대한 그리움, 인연이 닿았던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 투성이다. 삶 속 많은 시간과 나날들을 손끝에 모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 추억이 작품에 물감처럼 스며드는 순간이다.

자신의 유년을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염원·간절한 마음·그리움을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작가가 있다. 한국미술협회와 인천여성서양화회, 창조미술협회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양화가 최원숙이다. ‘그림이 삶의 활력소’라는 그녀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염원1919'. 162×130 나전·아크릴 2019년작.

Q. 작가의 어린 시절은?

A.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면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반야심경으로 하루를 여는 우리 어머니가 보였죠.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염원이 담긴 그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는 고귀한 정신을 지닌 연꽃은 우리 어머니가 염원하는 그 마음과 닿아있어요. 수수하지만 가지런한 버선은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있죠.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위해 염원하고 싶습니다.

'염원2014'. 117×91 나전·아크릴 2019년작.

Q.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A.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가까이 하며 커왔고, 계속 그림을 좋아하다보니 미술대학에 진학을 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그림과 함께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Q. 주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A. 전통적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과거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 추억을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상실·부재하는 것에서 오는 원형적인 존재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을 그려요.

예를 들어 전작에서 그 대상이 고향이라고 한다면, 근작에서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죠.

고향과 어머니, 서로 다른 주제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 통하는 주제입니다. 고향이 어머니를, 어머니가 고향을 서로 감싸 안고 있지요. 표면적으로 고향은 어머니가 나를 낳은 곳(지정학적 고향)을 의미하며, 신화적으로 어머니는 모든 존재가 유래한 모태며 원형으로서의 고향(존재론적 고향)을 뜻합니다.

그래서 출현한 소재가 버선이고 연꽃이에요. 수수하고 가지런한 버선은 어머니의 성정을 상징하고, 진흙 속에서 오히려 고귀한 연꽃이 어머니의 염원(자식을 향한·존재를 싸안는 염원)을 표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제 그림은 버선과 연꽃을 중심으로 표현되고 있어요.

버선과 어우러진 연꽃이, 상실한 어머니를 불러오고 유년을 되불러오는 계기가 됩니다. 여기서 상실한 것은 상실한 감정 곧 상실감, 존재론적 조건으로서의 결여와 결핍의식에 가까워요.

그렇게 유년을 그리고, 어머니를 그려요. 고향을 그리고 이상향을 그리고 유토피아를 그립니다. 상실을, 그리고 결핍을, 상실한 것을 되불러와 위로하고 치유하는 그림을 그립니다.

'염원2002'. 112x162 나전·아크릴 2020년작.

Q.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며,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A.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했던 추억 속에서 친구와 뛰어놀던 기억과 자식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이런 작품으로 현대사회를 살면서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개개인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시켜 자연의 소중함과 따뜻한 가족애를 불러올 수 있게 합니다.

민화를 바탕으로 고향과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하는 작가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염원2003'. 112×162 나전·아크릴 2020년작.

Q. 작품에 주로 사용하는 표현기법은?

A. 황토를 예리한 조각칼로 파서 나타내는 상감기법을 작품에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나전은 끊음질 기법과 그 위에 아크릴컬러를 올려 주변에 나전 자연의 빛이 연결되게 표현했습니다.

버선 시리즈 작품에서는 패널을 오려 버선을 입체적으로 두드러지게 해서 버선의 이미지를 부각시켰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특별한 작품이 있다면?

A. 2008년작 ‘Naked Soul’ 시리즈 두 작품이 고등학교 미술교과서(교학사, 미술과창작)에 실렸으며, ‘인사동 갤러리 수 개인전’ 때 두 점 모두 판매됐어요. 아무래도 교과서에 실리게 된 작품이라 그런지 애착이 갑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지금하고 있는 작업에서 재료기법을 더욱 다양화 해 보다 더 실험적인 작품을 추구할 예정입니다.

제22회 개인전이 오늘(17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서울아산병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고, 제23회 개인전도 내달 18일부터 27일까지 인천시·인천문화재단 후원으로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다솜에서 열리는데요. 직접 오셔서 제 작품세계에 흠뻑 빠져보시는 건 어떠실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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