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로데오거리를 붉은 물결로 채우겠습니다.’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는 독일 월드컵 동안 인천에서 유일하게 300인치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거리응원을 펼치는 곳이다. 다른 곳들은 행사를 준비하다 5천만원에 달하는 중계료 문제에 걸려 모두 취소했다.

13일 토고전을 시작으로 한국 국가대표팀 응원전을 준비중인 이성구씨(28). 이씨는 행사기간 임시 직함을 받았다. 구월동로데오상가연합회 간사가 그것이다. 원래는 그린월드 광고기획사 직원인데, 회사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거리응원 행사를 추진하면서 이 일을 자원했다. 물론 평소 열광적인 축구팬이라는게 크게 작용했다.

이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 일에 매달려 이리뛰고 저리뛰고 정신이 없다. 행사 포스터나 전단지를 행인들에게 돌리고, 관공서를 찾아가 협조 공문을 받는 것들이 모두 이씨의 몫이다. 스스로도 ‘노가다’라고 표현한다. 토고전에서는 현장 진행요원 20여명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들도 관리해야 한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씨는 이달 초 있은 국가대표 평가전을 통해 거리응원전을 미리 경험했다. 그때는 홍보가 전혀 없었는데도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런 추세라면 토고전에서는 아마 1만명쯤 로데오거리에 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여기는 먹을 거리가 풍성하고 각종 공연도 감상할 수 있어 마음껏 즐기고 응원하는데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고 봅니다.”

이씨는 처음 거리응원을 준비 하면서 맘고생을 겪었다. 이웃한 주택가에서 ‘시끄럽다’며 관공서 등에 항의 민원을 잇따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자, 이들도 이제는 마음을 바꿔 적극 호응해 주고 있다. 가끔 창문을 열고 무대를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도 외쳐준다. 그때마다 힘이 절로 생긴다.

오는 19일 스위스전과 24일 프랑스전은 새벽 소음문제를 감안해 사전 축제행사는 모두 빼고, 막바로 경기시간에 맞춰 응원전만 갖기로 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응원전을 펼치는 만큼 태극전사들이 16강을 넘어 8강, 4강으로 거침없이 나가 줬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축구광 다운 바람이다. 백종환기자 k2@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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