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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북한이탈주민의 언어적 차별은 또 다른 인종차별JG사회복지연구소 소장 이진경

어린 시절 말하기대회라고는 ‘웅변’대회가 다였다. 그것도 반공을 주제로 “이 연사 외치는 바입니다”라며 쩌렁쩌렁 울려 퍼지도록 큰 목소리에 두 팔 벌려 마무리하던 장면은 저학년, 고학년을 막론하고 그래야 제대로 웅변을 하는 것 같았다. 

관중들은 공감하기를 당연시했고 감동의 박수로 운동장이 떠나갈 듯 했다. 웅변대회를 마치고 연단에 올랐던 꼬마 연사들은 고무줄놀이에서도 “무찌르자 공산당, 몇 천만이냐”라는 노래에 맞춰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공산당을 없애자는 ‘멸공’ 표현까지 등장한 교육을 받았었다. 어린 우리에게 북한은 타도의 대상이었지 대화와 협상,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의 대상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9년 12월 세계는 냉전체제 종식선언이 있었고 북한에서 한국으로 이탈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뿔이 달렸을 거야, 얼굴은 빨간색이고’ 라며 상상했던 그들이 우리와 같은 말로 소통할 수 있는 동포라는 인식으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맞이하면서 다문화 감수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한국사회는 짧은 시간 안에 본격적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을 비롯한 다양한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현재 3만여 명에 이르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있으나 이러한 수치가 곧 한국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다문화 감수성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 소수언어 집단의 권리 보호, 세계 시민의식 함양 등의 의제들이 새삼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예외 없이 세계화의 물결에서 한국사회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은 국가 간 어두웠던 문화를 매개하고, 이웃에게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탈주민이 전문가로서의 진입을 위해 노력하여 직업을 구하고자 하는 문턱에서는 북한사투리, 억양 등을 문제 삼아 거절을 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들에게 요구조건은 한국 표준어를 사용하라는 제안이다. 예로 면접을 보던 어느 한 분은 그와 같은 제안을 듣고 면접관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만약에 제가 한국사회에서 대학 교수 또는 국회의원이었다면 그래도 북한사투리를 고치라고 하셨을까요?” 그렇게 묻자 조용하더란다. 

다시 질문을 이어가며 “실력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요?” 당당하게 묻자 아무 말이 없던 주최 측 인사담당자는 며칠 후 합격통지서를 보냈으며 일하는 그를 보고 자신감과 용기, 실력을 높이 샀다고 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 소통이라는 의미에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 사투리는 괜찮고 북한사투리는 바꾸어야 할 이유가 됨은 한국사회에서 보여준 편견, 차별 태도들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표준어 사용을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이다.

살펴보면, 피부색으로 차별 대상이 되고 저개발국가 출신의 어눌한 한국어 사용에 대한 무시를 넘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투리를 대하는 태도가 아이러니하다. 반공웅변대회가 교육이었던 시절도 있었으나 한국사회는 지금 당장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한 외국인들과 소통해야 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영어, 이중언어 등의 말하기 대회는 다중언어가 자원인 시대임을 알린다. 실제의 예는 언어적 차별로 ‘다름’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의 차별이야기다. 우리 안에는 ‘한국 사람처럼, 한국 사람에 더욱 가깝게’의 표준어를 고집하는 의식에서 언제쯤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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