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오늘밤 10시(한국시간) 아프리카의 토고와 격돌한다. 2006 독일월드컵 G조 첫 경기이자 16강 진출의 관문이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증명됐듯 첫 판 승리는 16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국은 당시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하며 승승장구했고 불굴의 투지로 결국 4강까지 올랐다.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꺾던 날 나라 전체가 16강이 다가왔다며 감격에 들떴고 그것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지난 1998 프랑스월드컵 경기와 2002 한일월드컵 경기를 분석한 결과도 첫 경기의 비중이 얼마만큼 큰 것인지를 보여준다.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긴 팀이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무려 85%가 넘는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원정경기 역대 전적은 4무 10패다. 아직 첫 승이 없다. 오늘은 월드컵 4강의 명예를 걸고 ‘끝나지 않은 신화’를 다시 창조하는 날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어제 베이스캠프였던 쾰른을 떠나 프랑크프루트에 입성했다. 선수들 모두 꼭 이겨야 하는 토고전에 갈고 닦았던 기량을 몽땅 쏟아 붓겠다는 각오라 한다.

토고팀은 첫 경기를 앞두고 출전 수당 문제로 감독이 전격사퇴하는 등 어수선한 갈등을 겪었다. 반면에 우리 대표팀에게는 섭씨 33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복병이다. 독일 현지 시간으로는 하루 중 가장 덥다는 오후 3시에 토고전 경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덥기는 토고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들은 그래도 아프리카 국가팀이다.

최근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인터넷을 통해 독일월드컵 돌풍의 주인공 후보로 우크라이나, 코트디부아르, 멕시코, 미국, 이란, 한국, 호주,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 9개 나라를 꼽았다. 태극전사들의 불굴의 저력을 평가한 것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창조의 원동력이 됐던 길거리 응원 행사도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 등 곳곳에서 열려 그날의 함성을 재현할 것이다. 프로축구연맹도 K-리그 14개 구단과 함께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거리 응원을 펼친다고 한다. 또한 축구 팬들이 전광판을 통해 토고전 경기를 응원할 수 있도록 월드컵경기장도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독일월드컵 경기는 북한 주민들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돼 더욱 의미가 크다. 정부가 월드컵 주요경기를 TV로 시청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북측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제축구연맹(FIFA) 마케팅 대행사측과 협의한 결과 개막전 경기부터 위성을 통해 북측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내일 모레면 6.15남북공동선언 6주년이다. 태극전사들의 선전으로 월드컵의 감동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생생히 전달돼 평화와 화해의 무드가 이어지는 6월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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