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고등학교 농구부가 창단 10년만에 빛을 보고 있다.

제고 농구부는 지난 18일 충북 옥천문화센터에서 열린 연맹회장기에서 홍대부고를 69-62로 누르고 우승했다. 올 들어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차지한 우승기인데다, 내로라하는 우승후보를 꺾으며 우승한 것이라 반향이 크다.



지난 1998년 5월8일 창단한 제고 농구부는 지난해 8월 고려대총장배 1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일 뿐,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첫 출전대회인 연맹회장기에서 우승하며, 고교 농구계에 ‘다크 호스’로 떠오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제고 농구부장 윤명구(48) 교사는 “일단 조직력과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우승했다”며 지난해 영입한 중앙대 출신 김명래(39) 코치에 공을 돌였다.

제고 농구부는 지난해 8월 골밑을 든든히 지키며 고려대총장배 우승을 이끈 오세근(현 중앙대)이 졸업한 뒤, 전력에 큰 손실을 봤다. 게다가 동계 훈련도중 가드 김윤태(2학년 184㎝)가 뜻하지 않게 다리가 부러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윤 부장은 “김 코치가 선수들을 독려해 자신감과 의지를 되찾아 주면서 선수들의 사기도 높아갔다. 부상에서 회복한 김윤태와 김명진은 전국 최고 가드로 꼽힌다. 올 전국 최강팀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계 훈련은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선수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빠른 패스 중심의 조직력과 3점 슛을 보강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경복고의 장신 숲을 뚫고 8강전에서 승리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제고의 조직력은 결승전에서도 빛이 났다. 포워드 공준희(3학년 187㎝), 지장훈(2학년 191㎝)이 주득점원으로 활약했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뒤지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2.4개의 어시스트를 성공한 가드 김명진은 상대 진용을 휘저으며 맹활약을 펼쳐 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체격만 보강한다면 2학년 센터 박준호(197㎝)도 고교 정상급 선수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선수들의 이 같은 성장엔 든든한 지원세력으로 나선 동문들의 역할이 있다.

지난해 9월 학창시절 ‘농구광’이었던 동문들이 모여 후원회(회장·강규준 15회 졸업)를 결성했다. 한달전 전국대회에서 후배들이 우승했으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

제고 박종조(59·10회 졸업) 교장은 “학원 체육으로 농구부를 비롯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농구공을 들고 나온 학생들까지 학창시절 제고에서는 농구가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였다”며 “동문들의 성원에 농구부가 창단됐지만, 그동안 지원을 잘 해오지 못하다 지난해 뜻을 다시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측의 배려도 한 몫했다. 후원회와 함께 방치됐던 숙소도 다시 손을 봐 문을 열었고, 체육관 마룻바닥도 새로 깔았다.‘공부가 기본’이라는 박 교장의 교육철학에 따라,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교재까지 만들어 교육했다.

선수들과 감독·코치, 여기에 동문회와 학교측의 지원까지. 제고 농구부의 거침없는 질주의 원동력이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