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인천신문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중앙유럽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1000만, 1인당 GDP $18,000의 헝가리에서 결혼 붐이 일어나고 있다.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결혼이 감소하고 있는데 헝가리에서만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9월까지의 혼인 건수가 2018년 같은 기간의 혼인 건수보다 20%나 증가했다. 지난 30년만에 최고치이다. 결혼 붐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2019년 9월의 혼인 건수는 지난해 9월의 혼인 건수보다 29% 높다. 1979년 이래 40년만에 최고치이다.

헝가리에 2019년 들어 갑작스럽게 결혼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헝가리의 결혼 붐은 2019년 2월 10일에 출산장려정책이 발표됐을 때 이미 예견됐다. 7가지 출산장려정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아래의 두 가지 정책이다. 이 두가지 정책은 출산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유럽국가들의 복지 성격의 정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첫번째 정책은 결혼을 하면 2년치 년봉에 해당하는 1000만 포린트(약 4000만 원)를 대출해주는 제도이다.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셋 이상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주기까지 한다. 이 정책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세 명의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두번째 정책은 아이를 넷 이상 낳으면 여성에게 평생 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로 인해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빨리 아이를 넷 낳아 소득세를 면제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특히 최고소득세율이 44%로 높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 전문직 여성들에게는 강렬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이 정책들이 발표되었을 때 모든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꿈꾸기 시작했을 것이며 적령기 미혼 여성들은 배우자를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애인이 있는 여성들은 결혼을 서둘렀을 것이며 이미 결혼한 여성들은 아이를 가지려 했을 것이다. 그 결과 혼인 건수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2019년 헝가리의 출산율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9월까지의 출산율은 지난해보다 1.6% 하락했다. 이것은 출산을 하려면 최소한 10개월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월에 아이를 가져도 11월에 출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월부터는 출산율도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출산율이 1.45명인데 몇 년 후에는 3명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헝가리의 결혼 붐은 세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둘째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시하면 얼마든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에는 해답이 없다고 하는데 얼마든지 해답이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인간은 환경이 갖추어진다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필요해야 아이를 낳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과 전세계의 많은 선진국에서는 출산과 양육 환경 지원을 하는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헝가리의 정책은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가도록 한다. 이익이 기대되면 필요성이 증가해 혼인과 출산율이 올라감을 잘 보여준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 준 헝가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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