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매스컴 등에서 조폭을 영웅화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최근 옛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가 다시 검거됐다. 동시에 모 방송사에서 강력반 형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인천 계양경찰서 강력2팀 이철형(43) 경사가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조폭전문’ 형사로 이름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경찰에 입문한 그는 내내 붙박이 강력반 형사로만 지냈고, 지금까지 세 건의 조폭 검거 실적을 가지고 있다.

조폭은 대개 4조나 5조 이상의 계보를 거느리기 있고,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조폭 검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한다.

이 경사는 지난 7일에도 부천의 조직폭력배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업소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내고, 다른 조직폭력배를 집단 폭행한 혐의다.

지난 해 9월부터 두 달간 한 업소에서만 1천만원 상당의 공짜 술을 마셨다. 올 1월 첩보를 얻은 이 경사는 우선 피해자에게 신뢰를 얻는 데 매진해 왔다. 피해자들은 조폭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진술을 꺼리는 실정이다. 2개월에 걸쳐서 설득한 끝에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에게 친근감과 신뢰를 갖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피해자를 설득하는 데 들이는 정성은 밥을 할 때 뜸을 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당시 이 경사가 쓴 돈만 해도 수백만 원 정도. 피해자가 강력반 형사에게 친금함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돈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한다.

이 경사는 첩보활동을 하는 데 평균 50㎞ 이상은 이동하는 편이다. 지난 해 계양구에서 연쇄 미성년자 성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하루에만 200㎞ 이상 이동한다고 한다.

계양구 동양동이 고향인 이 경사는 지난 96년 계양경찰서에 부임했다. 결국 고향을 지키는 사나이가 됐고, 이 경사 덕분에 계양구는 최근 ‘조폭 청정구역’이 됐다고 한다.

고등학교때 권투선수를 했고, 군시절에 공수부대를 거친 이 경사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대꽂같은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남을 우선시하는 게 몸에 붙어있기 때문이란다.

“간혹 경찰이 비난이 대상이 될 때가 있지만, 경찰 조직만큼 정의를 세우는 최일선에 있는 기관은 드문 게 사실 아닌가요?”

1남 2녀의 자녀를 둔 이철형 경사는 자신의 작은 공헌으로 우리 아이들이 커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보람은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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