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친 할머니, 친 할아버지가 10명으로 늘어났다는 사회복지사 이진영(25)씨.

올 2월 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시 연수구 선학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서 일을 시작한 새내기 사회복지사다.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시작했건만 출근 석 달 만에 어르신들에게는 친 손녀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사실 노인분들을 상대하는 일이라니까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힘만 들고 재미는 전혀 없을 거라고 말이에요.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친구나 가족처럼 푸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진영씨~’ ‘진영아~’, 저마다 부르는 호칭은 다르지만 이씨를 의지하는 마음을 모두 똑같다.

“처음에는 너무 어리다며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없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까 ‘어린것이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데 도와주자’며 좋게 마음들을 써주시는 것 같아요.”

주간보호센터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나 건강이 좋지 않은 홀몸노인들이 대상이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노래며 체조, 종이접기, 미술·원예치료 등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센터를 방문하면 ‘곧 죽을 텐데, 이런 것 왜 배우냐’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하루라도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들 하시곤 하죠. 선배들이 이야기 했던 보람이라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씨는 이제 노인들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다. 누가 미역국을 좋아하고 시금치를 싫어하는지, 가족사항은 어떤지 게다가 변비가 있는지 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어르신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니 당연하죠. 가끔 대형 할인마트에 가고 싶어 하는 노인분들과 같이 장보러 가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고르시면서 제 의견을 묻곤 하시는데 그게 그렇게 좋으신가 봐요. 가끔 가슴에서 ‘짠’한 것이 올라오기도 해요.”

가족이 없다보니 고장 난 알람시계를 들고 오거나 한글을 모르는 경우 처리해야 할 문서를 가져오는 등 어른신들에게 이씨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어린시절, 고아들을 데려다 키우고 싶다는 바람에서 선택한 사회복지사의 길에 그는 현재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선다.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은 것이 바로 그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말겁니다. 청소년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기회가 되면 영역을 넓혀 전문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고 싶어요. 지금은 주간보호센터가 저의 주어진 일인 만큼 어르신들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당찬 신인 이씨의 각오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