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지연 가능성…현대차도 노사 입장차 커
고질적 노사갈등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 심화 질타

한국지엠 노조가 교섭장소를 둘러싼 사측과의 갈등으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6월 19~20일 조합원 8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74.9%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금협상에 돌입하려 했지만 교섭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며 노사간 만남이 6차례나 무산됐다.

사측은 지난해 기존 교섭장에서 노사간 협의에 참여했던 회사 임직원이 노조원들에 의해 감금된 사례가 있다며 출구가 여러 곳인 교섭장으로 옮겨달라고 노조에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교섭장 교체 요구를 지속하며 교섭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지엠 노조는 오는 24일경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르노삼성 파업 중단으로 한숨을 돌렸던 국내 자동차업계는 또 다시 '파업과의 전쟁'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6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생산직에 이어 최근에는 사무직까지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이로 인해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함께 만 65세 정년 연장, 고용안정협정서 체결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올해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임단협을 진행 중이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커 파업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갖고 추석 전 타결을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노조는 통상임금, 정년연장, 불법파견 해소, 고용안정의 4대 핵심과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질적 노사 갈등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동차 생산 순위는 세계 5위에서 7위까지 밀려난 상태"라며 "매출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나을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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