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없이 이희호 없고, 이희호 없이 김대중 없어'
김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민주화 투쟁에선 동지
유신독재와 신군부 탄압에 맞서며 김대중 적극 구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동반자였던 이희호 여사가 10일 오후 11시37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6·25전쟁 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서 여성운동가로서 여성인권운동을 이끌었다.

이 여사의 삶은 1962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이 여사는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인생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반자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행동하는 양심'으로 현대사의 거친 길을 걸어왔다.

이들의 힘든 여정은 1971년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과 붙은 대선에서 46% 득표로 선전했지만 낙선하면서 시작됐다. 

1972년 유신 독재가 시작되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불렸던 김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여사는 당시 정보기관의 감시를 피해 김 전 대통령에게 "더 강한 투쟁을 하시라"며 그를 지지하기도 했다.

1973년에는 '김대중 도쿄납치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 큰 시련이 왔지만, 이를 이겨내게 한 것도 역시 이 여사의 도움이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금지 당하고 가택연금, 옥고를 치르면서 이 여사도 함께 고난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 여사는 이 고난의 기간 유신 독재와 신군부의 탄압에 맞서 싸웠으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이 여사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권과 타협하지 말라며, 김 전 대통령이 신념을 지키도록 힘을 줬다. 

그러나 이 여사는 지난 3월부터 병세가 악화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과 동교동계 등은 이 여사의 병세가 악화될 것을 염려해 지난 4월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의 별세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 여사의 장례 방식이나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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