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보다 훌륭한 미래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지난 2월말 ‘6월민주항쟁20년사업 인천추진위’(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우재(51)씨. 엄혹했던 7·80년대 인천지역 학생, 사회운동을 현장 지휘하면서, 유신말기와 전두환 정권 시절 반독재 운동의 상징이 됐던 그가 지금 기념사업 현장을 맡았다.

그 첫 사업인 인천추진위 결성식이 오는 13일 답동성당에서 거행된다. 4월13일을 기념사업의 기점으로 잡은 것은 20년전 이날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가 이뤄졌고 이것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4·13 호헌 조치로 인천에서는 ‘4·13 호헌분쇄 및 민주개헌을 위한 인천지역공대위’가 조직돼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됐다.

“1987년 1월 박종철사건이 터졌지만 생각 만큼 후폭풍이 거세지는 않았습니다. 시민들은 전두환의 폭압정치에 분노했지만, 그 공포 정치를 극복하는 데는 또 다른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위원장이 생각하는 그 계기 중 하나는 4·13과 함께 87년 3월 답동성당서 열렸던 임진택의 ‘똥바다’(김지하의 시를 판소리화한) 공연이었다. 80년대 반정부 행사의 최후 보루였던 답동성당에서 벌어진 ‘똥바다’의 진한 풍자는 인천에서의 집회에 강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이 위원장은 회고한다.

추진위은 그래서 이번 4·13 결성식을 답동성당 앞 너른마당에서 열기로 했다. 그리고 ‘똥바다’의 주연 임진택을 초청, 회고담을 듣고 판소리극단 ‘또랑광대’의 소리 한마당을 펼쳐놓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대동굿판을 연다. 추진위는 이어 6월5일 기념 토론회를 열고 10일에는 부평역 현장에서 기념식과 걷기대회, 문화공연 행사를 열 예정이다.

“6월항쟁 핵심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 자격은 외부세력이 내 삶에 가해오는 부당한 간섭과 압박, 회유에 저항하고 물리칠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 위원장은 또 시민의 인간다운 삶, 남북의 문제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민주주의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또 다른 위기 국면 조성되고 있다 말한다.

“지금의 민주주의를 향유하기 위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6월의 정신을 망각할 때 언제라도 독재의 노예, 외국자본의 노예가 되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6월항쟁의 과제는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이 위원장은 78년 6월 서울대 유신헌법 반대 시위사건으로 수배당한 이후 88년까지 3차례 구속되면서 80년대 절반을 투옥(2년4개월)과 수배생활(2년6개월)로 보내며 민주화운동을 벌였다.

송정로기자 goods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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