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정책이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토지 수용을 결정했지만, 그 탓에 조상을 모실 제당이 없어질 판입니다.”

영종도에 살고 있는 가락 김해 김씨 종친회(회장·김홍흥)가 ‘제당’ 지키기에 나섰다. 이 종친회의 사당은 중구 운서동 진등고개 너머에 있다. 1988년 종친회원들이 십시일반 성금과 기부금을 모아, 600여평의 부지를 사들였다.

그 위에 단청으로 단장한 1층짜리 목조 한옥으로 제당을 세웠다. 종친회는 20년 가까이 이 곳에서 시제와 종중 친목 도모 행사 등 종친회의 모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이던 1993년 12월말에는 공항부지에 편입된 영종 신불도와 삼목도에 있던 조상묘와 역시 공항 조성에 따른 고속도로에 편입된 지역내 분포돼 있던 조상묘를 정리하면서 제당 옆에 납골당인 영현당을 세워 모셨다.

현재 70여기의 유골을 봉안하고 있는데, 종친회는 앞으로 영종도 개발 계획이 잇따르면 80여기 이상의 유골을 더 옮겨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종친회의 제당도 물류단지 등으로 개발되는 ‘영종 570만평 개발지역’에 포함돼 있어 강제 수용됐다는데 있다. 종친회 김홍흥 회장은 “경제자유구역청 등지에서 계약이 늦어지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물게돼 조세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며 설득했고, 종친회도 정부 정책에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토지 수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종친회는 보상비로 영종도 내 개발구역 이외지역에 땅을 사 제당을 건립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보상이 끝나자 영종지역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제당 건립은 고사하고 토지 매입조차 할 수 없게 됐다.김 회장은 “토지 보상비로 8억1천여만원을 받았지만 세금(1억2천만원)까지 떼면 제당 건립은 고사하고 땅도 살 수 없다”며 “아무리 정부정책이라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된다고 생각했다면 누가 협조를 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더군다나 종친회에는 조상을 모셨지만, 이웃들이 납골당을 허락할 리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토지보상에 관한 절차가 끝난 이 지역에서는 현재 지장물 보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가락 김해김씨 종친회도 지난달 초 제당 건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장물 조사는 거부키로 뜻을 모았다.

김 회장은 “정부정책탓에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것도 서러운데, 조상 모실 제당까지 없어질 판이니 죽어 조상 볼 낯이 없다”며 “보존 가치도 있는 만큼,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존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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