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가서 모셔왔어요. 꼭 이 선생님께 배우고 싶었거든요.”
제자들의 요청에 의해 초빙된 스승 윤한덕씨(39).

그는 인천여성문화회관 수료생들로 구성된 기타밴드 ‘파란소리’를 이끌고 있는 강사다. 특정 강좌를 들으러 갔다가 사제의 연을 맺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윤씨는 제자들에 의해 스카우트(?)돼 나중에 합류하게 됐다.

“여성들로 이뤄진 ‘파란소리’라는 기타밴드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저를 일부러 찾아와 요청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더구나 저는 그 분들보다 나이가 어린데….”

그때가 벌써 8년전이다. 회관에서 기타반을 마친 후 스승 최일규씨를 중심으로 기타밴드를 결성했던 수료생들은 예기치 않게 최씨가 떠나면서 기량을 향상시켜줄 새 강사가 필요했다. 기타 연주는 물론 편곡실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윤씨가 낙점됐고 팀원들은 그의 제자가 되기를 자청했다.

지난 2일 오전 여성문화회관 소공연장. 기타, 드럼, 키보드 등 각자 맡은 자리에 앉은 7명의 여성들은 부평풍물축제에서 연주할 곡을 맞춰보고 있었다. ‘자 다시 한번 해보죠.’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윤씨는 제자들 사이를 오가며 틀린 부분을 고쳐주거나, 연주 시범을 보여주었다.

‘캐논’ ‘원더풀 투나잇’ 등 수많은 레퍼토리는 모두 윤씨가 경음악밴드라는 성격에 맞게 편곡한 곡. 그는 파트별로 특히 더 어렵거나, 혼란스러운 부분을 짚어주며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만나 새 곡을 건네받고 익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서로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사제의 정은 어느새 10여년을 이어왔다.

“저희보다 연령은 적으시지만, 속이 깊은 분입니다. 우리 모두 음악이 너무 좋아 뭉쳤어도 이런 저런 속상한 일들로 팀의 위기가 온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 팀원들과 만나 얘기하며 다시 융화하도록 다리역할을 한 분이 윤 선생님이십니다.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편곡비가 따로 들지도 않고, 제자들 사이를 더 잘 엮어주는 스승을 만났으니 큰 행운’이라고 말하곤 한다니까요.” 회장 배면숙씨의 말이다.

윤씨의 조용하면서도 강단있는 지도로 실력을 키운 제자들은 인천은 물론 각지의 초청으로 활발히 공연을 하고 있다. 밴드 활동외에 아예 음악 관련 분야 직업을 가진 제자도 상당수다.

“선생님이요? 대 만족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음악실력이 무르익도록 기다릴 줄 아는 분이지요. 이제는 선생님과 저희가 한 가족같습니다.” 제자들은 스승과 함께 준비할 올 하반기의 밴드창단 10주년 공연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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