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무참한 패배였다. 선거직후부터 여당인 우리당에 대한 해체론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문희상 전 의장은 국민의 명령이라면 우리당의 해체도 불사해야 한다고 했다. 어처구니 없는 해법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짚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원인이 분석되지 않으면 처방도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열린우리당의 무능에 대한 분노와 증오감을 표시했다. 투표한 사람들은 항의 투표를 했고,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감으로 투표장 가기를 포기하였다. 휴대전화 여론조사 기관인 엠비존이 5.31 선거 투표마감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여당의 무참한 패배의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에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50%에 달했고, 열린우리당의 역할이 부재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33%에 달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 때문에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대답은 겨우 9%였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는 특색이 있다. 오로지 표심은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 뿐이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나갔고, 과거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는 투표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단지 노무현의 개혁정책을 지지하려는 사람들만이 투표장에 나갔을 뿐이다. 이와 같은 증오의 투표심은 한나라당의 완승 결과를 가져왔고, 민주당 유지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 완승을 거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의 반면 교훈을 명심하지 않으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시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국민들의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의 증오심의 반사이익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이점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5.18 항쟁정신이 살아있는 광주, 전남에서 선택할 수 있는 후보는 민주당 후보 뿐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중심당도 인정받지 못했다. 민주노동당도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표로서 나타냈다. 열린우리당의 전북 승리는 새만금 사업 완성이라는 과제와 고건이라는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 막바지에 등장한 정동영 의장의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이번 선거 실패의 압권이다. 자신없는 우리당의 현주소를 역력하게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이 철저하게 외면하도록 부채질했다. 여기에 어느 우매한 범죄자의 망발적 행동은 이번 선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었던 개혁주도 세력과 지지기반 세력이 노무현 정부와 정서적으로 괴리되면서 그 실패를 예감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우리당이 추진해온 검찰권의 독립, 과거사법, 남북관계, 사립학교법 개정 등에 대하여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어려운 민생과는 상관없는 일에 몰두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리고 민생현장에서는 오로지 무관심하고 무능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양극화 해소 문제에 매달리면서 오히려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킴으로 해서 대한민국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불만을 높이 사게 되었고, 이같은 결과는 부자들에게는 아직 애로사항이 없는 일로 치부되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재경부 관계자들이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 세금폭탄이었다. 이 같은 발언은 부자들을 위기감으로 몰고가게 만들었다. 게다가 미국과의 FTA협상이 터지면서 농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화의 이슈가 아닌 세계화의 이슈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를 사전에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는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에 실패했다. 문제는 어느 정당도 이와 같은 한국사회의 당면과제들에 대하여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반사이익’을 ‘자당지지’로 착각하지 않고 한국사회의 당면한 현실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시하여 인정받아야 한다. 국민들의 의사는 이제 이성적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표시된다는 사실을 정당들은 기억해야 한다.

세계화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한국호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빈부 문제를 해결하고 고령화의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등의 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각 정당들을 고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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