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무역협상, 연준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 높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8일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이번에도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국내 경제에 대한 둔화 우려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어서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연 1.75%로 올라간 기준금리는 석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의 연 1.7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연 1.50%의 금리를 0.25%p 올리고 나서 지난달 한차례 동결한 뒤 이달 재차 금리를 묶어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동결 배경에 대해 "국내 경제가 1월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미·중 무역협상,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 둔화 추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변수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각종 경기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달 산업활동 동향을 보여주는 생산·투자·소비는 석 달 만에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긴 했다. 그러나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고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8개월째 떨어졌다. 두 지표가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전반적인 체감경기는 좋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폭도 1만9000명에 불과했으나 실업자수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쇼크' 상황도 지속됐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0.8%로 1년 만에 다시 1%대를 밑돌았다. 이러한 경기, 물가 여건을 감안했을 때 한은이 금리를 올릴 만한 명분은 거의 없던 셈이다.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성도 줄었다. 역전된 한·미 금리차는 0.75%p 수준을 지키고 있다.

이달 금리동결은 예견된 일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8일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0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올해 내내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모두 하향 조정된 가운데 민간소비, 투자, 상품 수출입 등 모든 부문에서도 전망치가 조금씩 하향 조정됐다"며 "올해 금리 동결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사그라들면서 일각에서는 금리인하론이 제기된 상황이다. 만약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마무리될 경우 한은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그러나 이 총재는 금리인하론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1월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흐름이고 금융안정 상황까지 고려하면 여전히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재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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