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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생활 두 달' 루렌도씨의 번역기 호소 "정상적인 삶"


루렌도 은쿠카씨의 가족은 앙골라 정부의 이주민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2월27일 한국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60일이 넘도록 인천공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6일 루렌도 가족의 난민신청을 도와주고 있는 사단법인 두루의 이상헌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이들 가족에 대해 난민 인정 회부 심사 불회부를 결정했다. 이들은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달 15일 인천지법에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 환승장 42번 게이트 건너편 4층 환승객 휴게실에서 루렌도씨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휴게실 한켠에는 이들의 캐리어(여행용가방)가 벽처럼 쌓아져 있었고, 루렌도씨는 네 명의 아이들이 만화를 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이들에게 다가갔다. 기자를 발견한 루렌도씨는 난데없이 "쏘리, 쏘리"라고 말했다.

루렌도씨는 자신의 아이들로 인해 설마 피해가 가지 않았을까 싶어 미안하다는 말을 우선 꺼낸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한국인 여성이 다가와 루렌도씨에게 의약품 등의 물건이 담긴 큰 봉투와 흰색 종이봉투를 건넸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루렌도씨의 사연을 듣고 가족과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과 아내를 위한 의약품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아이들과 루렌도씨에게 손을 흔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윽고 루렌도씨에게 기자라고 밝히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루렌도씨는 벤치로 안내하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루렌도씨는 한국어는 못한다며 불어(프랑스어)로 말하기를 원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번역기로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번역기의 혹시 모를 오역을 방지하기 위해 단문의 문장과 비교적 간단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내 바테체씨도 다가왔다.

이렇게 꺼낸 루렌도씨의 휴대전화 화면은 상당부분 깨져 있었다. 질문을 들은 루렌도씨와 부인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번역기에 한글자 한글자 찍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 머문지 두 달이나 됐는데 생활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루렌도씨는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필요한 물건은 살 수 없고 체류 기간도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감기에 걸렸고, 무엇보다 아내의 아픔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루렌도씨는 앙골라에서 택시운전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앙골라 경찰의 지프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무작정 루렌도씨를 체포해 열흘간 구금했고, 루렌도씨는 구금 상태에서 폭행도 당했다. 

그가 구금된 사이 경찰 두 명이 집으로 찾아와 아내 바테체씨를 폭행하고 심지어 몹쓸 짓까지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바테체씨는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고 안경까지 부서지고 말았다. 바테체씨는 한국에 와서 자궁에도 이상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 경찰에게 맞아 부서진 안경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루렌도씨는 "아내가 안경이 없으면 생활이 어렵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어 "내일 아내가 병원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테체씨가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긴급상륙허가'를 받아 외부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도 루렌도씨 가족의 사연이 많이 알려졌다고 말해준 후 만약 난민으로 인정되면 한국에서 어떠한 생활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이에 루렌도씨는 "정상적인 삶"이라고 비교적 간단히 밝혔다.

이어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리는 먼저 공항에서 나가고 싶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루렌도씨 가족은 안전한 보금자리와 모두가 동등한 삶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바라고 있었다.

루렌도씨는 인터뷰를 마치자 연신 "땡큐"라는 말을 반복했다.

루렌도씨 가족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은 인천지법 행정1부가 심리하며, 첫 기일은 다음달 7일 오전 11시45분에 열린다.

불회부 결정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이 소송의 결론은 통상 사건에 비춰봤을 때 5~6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계중 기자  kmmirr@incheonnews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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