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들들은 인천에 대해 산업단지로 대변되는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실제 인천의 환경은 열악하다. 환경보전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개발사업의 예산은 그 몇 배로 증가추세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이유는 명확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나마 남아 있는 천혜의 자연유산은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논리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다. 인천의 대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택지조성 및 각종 개발계획으로 그린벨트는 해제되고, 바다모래 채취장이 되어버린 바다에서 어민들은 만선의 꿈을 포기한 지 오래다.

한편 인천의 환경이 열악한 것 이상으로 인천의 문화진영도 좀처럼 경쟁력을 얻고 있지 못하다. 인천시민의 문화적 향유는 아직도 대부분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지역문화 공연장은 일부 특별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객석을 채우기도 힘들다. 갈수록 지역문화인이 성장할 수 있는 지역적 토대는 부실하기만 하다. 급기야 인천문화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렇듯 인천의 환경과 문화의 지역적 토대가 낮은 것은 서울의 위성도시 역할을 철저히 수행했던 인천의 도시성장 역사 속에서 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오로지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산업단지, 쓰레기매립지, 화력발전소등등...

하지만 이제는 인천의 정체성 찾기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그속에서 환경운동, 문화운동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환경과 문화가 함께 고민하는 지역의 정체성찾기 운동은 시민사회단체 영역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난 2005년 7월 강화도에서는 오랜만에 의미있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행사제목은 갯벌음악회. 인천민예총과 인천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갯벌생명의 중요성을 음악제 형식을 통해 구현한 문화행사였다. 인천을 상징하는 가장 큰 자연유산인 갯벌이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인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갯벌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음악과 무용으로 표현한 이날 열린음악회 행사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였다.

이제는 인천의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도 인천의 더 깊은 문화적 성숙을 위해서도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환경문화행사가 시도되어야 한다. 인천의 정체성을 찾을수 있는 다양한 새로운 형식의 환경문화행사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인천의 녹지축 보전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자. 계양산-철마산-문학산-청량산으로 이어지는 인천의 S자 녹지축은 대형 도로와 택지개발, 그리고 각종 터널로 끊어져 버렸다. 인천의 녹지축은 동물과 식물의 유전자원이 고립되지 않고 상호 연계되어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녹지축 잇기 운동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인천의 본성을 다시 되찾는 정체성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인천의 섬 살리기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자. 인천에는 약 155개의 유무인 도서가 있다. 특히 이미 알려진 몇몇 섬들은 무차별적인 자본의 유입으로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섬의 환경을 훼손하고 있을뿐 아니라 섬 주민의 삶의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섬을 공공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환경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다.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섬 주민과 함께 하는 섬 정체성 찾기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셋째, 기타 다양한 소주제의 메시지를 담은 문화행사를 기획하자. 갯벌음악회는 갯벌이라는 주제만을 갖고 추진된 대중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갯벌체험을 해본 아이들과 선생님, 환경단체 회원, 그리고 갯벌을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가수, 등이 참여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또다른 주제에 대해서 동일한 방식의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인천의 하천, 대기, 쓰레기 등등 다양한 주제로 접근할 수 있다. 이런 문화행사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인천의 환경과 문화수준은 한층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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