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선택했던 그 어느 작품보다도 엄마로서 선택한 입양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었으며, 소중한 사랑이었다.’

최근 둘째아이를 입양한 연극배우 윤석화(51)씨가 자신의 저서 ‘작은 평화’라는 책을 통해 엄마로서의 행복에 겨운 심정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윤씨는 국내 한 입양기관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둘째 아이를 입양하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첫째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까지 입양하려던 윤씨는 책에서 아이의 친아빠가 갑자기 친자 포기를 하지 않아 정든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고, 애써 입양하려던 아이를 해외에 빼앗긴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부터 국내입양 절차가 간소화됐고, 규제 또한 크게 완화돼 윤 씨는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정부는 국내입양을 늘리기 위해 기존 자녀와의 나이 차가 50세가 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을 60세까지로 완화하고, 독신자에게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입양 부모에게 부담이 됐던 200만 원의 입양수수료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고, 입양 아동이 13세가 될 때까지 월 10만 원씩 양육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특히 장애아를 입양할 때 나오는 지원금은 월 52만5천원에서 월 55만1천원으로 인상됐고, 연간 의료비도 240만원에서 252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임에도 여전히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아의 입양은 지금도 매스컴의 주요 뉴스거리가 될 만큼 드문 ‘희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진행된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입양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1천694명에 달했던 국내입양은 지난해 1천332명으로 줄었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3개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된 아동은 모두 91명에 그쳤다. 전년도 115명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더욱이 지난해 인천 지역에서 입양을 희망했던 아동 수가 127명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3명은 양부모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인천시는 올 해부터 완화된 보건보지부의 입양 규정에 특단의 지원책까지 보탰다. 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정부의 입양양육수당(월 10만원)에 20만원을 보태, 최초 입양일로부터 3년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또 혜성보육원과 홀트, 동방 등 인천지역 3개 입양기관에도 아동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보육원 대신 가정위탁양육을 늘릴 수 있도록 월 7만원의 보조금을 별도 지급하기로 했다.

입양은 친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아동에게 사회적·법적인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부모를 갖게 해주는 아동복지서비스다. 한편으로는 아동이 없거나 아동을 원하는 부부 또는 개인이 부모가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경제적 안정, 그리고 불임 부부가 늘어나면서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이들 양부모가 선호하는 갓난아이의 수는 오히려 줄고 있어 수요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양부모의 품에 안긴 인천지역 입양아동 91명 중 75명이 출생 후 1년이 채 안된 갓난아이였다. 만 3세 이상 아동의 입양은 단 2명에 그쳤고, 장애가 있는 아동은 단 한 명도 양부모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아동 전문가들은 시와 정부의 입양 정책이 단순한 규제완화 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보다 많은 결손 아동이 새로운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시 관계자는 “아직 우리 사회는 뿌리 깊은 핏줄 의식 탓에 입양을 금기시 하거나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입양으로 하나 된 가족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축복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가슴으로 낳은 '행복 전령사'


공개입양 은찬이네

“은찬아! 은혜롭고 찬란하게 자라다오!”

지난 2005년 11월 이국현(51)·곽귀순(48)씨 부부는 태어난 지 50일 된 ‘복덩이’ 은찬(17개월)이를 공개 입양했다.




이미 성장한 세 자녀가 있지만 입양이라는 선택으로 이씨 부부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딸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받은 만큼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겠다는 생각으로 부모님께 입양을 권유했고, 이씨 부부도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이들은 아이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고민됐다고 한다. 아이가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의 관심과 사랑으로 은찬이는 활발한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은찬이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이 가정엔 매일 웃음꽃이 핀다. 지방으로 일을 다니는 누나들도 어린 동생의 재롱을 보러 휴일이나 퇴근 후엔 집으로 와 더욱 사람 사는 향기가 난다. 은찬이가 13개월 되던 때 처음 걸음마를 떼자 이씨 부부는 그동안 잊어버렸던 기쁨이 다시 되살아났다고 한다.

20여 년 전 세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행복감이 다시 한 번 밀려온 것이었다. 은찬이 어머니 권씨는 “주위에서 ‘아이와 닮았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지만 이들은 이미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주위의 편견으로 남들 앞에 자랑스럽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은찬이가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족들 모두 은찬이와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가족구성의 한 방법 편견 버리고 포용을"


신두진 홀트아동복지회 인천상담소장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이 펼쳐진 만큼 우리도 더욱 노력해야지요.”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인천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홀트아동복지회 인천아동상담소 신두진(53) 소장은 기대가 남다르다. 홀트 아동상담소는 지난 2004년 시가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시범운영기관으로 지정,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시가 올해부터 입양부모가 부담했던 입양수수료를 전액지원하고 입양 가정의 자격요건도 완화, ‘국내입양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혀 입양될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열렸다.

“입양으로 새 가정은 찾은 아이들은 새 생명을 얻은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의 양육을 위해선 양부모의 인성교육과 사후관리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저희 상담소는 아이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입양가정을 가꾸는 곳입니다.”

특히 신 소장은 국내입양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양도 가족구성의 한 방법으로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입양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으로 양부모들은 입양 공개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공개입양’에 대한 의미 차이를 많이 아쉬워했다.

“외국과 같은 경우에는 아이와 양부모, 생부모가 함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서로 상담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하지만 국내는 아동에게 입양사실을 알리는 여부가 ‘공개입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혼란을 적게 느낄 것입니다.”

신 소장은 입양가정의 화목을 위해 양부모들이 캠프나 세미나에 참석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입양가족 캠프’에 입양부모와 아이, 예비양부모 등 70여 가정이 참가해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입양한 아이로 인해 변화된 자신들의 가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다른 가정도 보며 서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됐던 것이다.

“이날 캠프에 참여한 부모들은 아이로 인해 기뻤던 일들과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 아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위의 도움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양의 주인공이 아동인 만큼 신중히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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