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양승태, 前사법부 수장→구속 피의자로 전락 
검찰, 수사 7개월 만에 공개소환…영장 청구 
5시간 넘겨 진행된 구속 심사서 치열한 공방

헌정 사상,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그 치욕을 안게 됐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때 사법부 수장이었던 그는 '친정'인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구치소에 그대로 갇히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이 핵심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은 것을 넘어 직접 주도·행동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만인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첫 공개 소환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자신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혔고, 검찰 포토라인에선 침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공개 소환을 포함해 14일과 15일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2회 분량으로 피의자신문 조서가 작성됐다. 또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12일과 15일에 조서를 열람했고, 17일에도 출석해 나머지 열람을 모두 마쳤다.

이후 검찰은 그간의 수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이 중대한 반(反)헌법적 범행의 최고 책임자라 결론짓고, 지난 18일 260여쪽 분량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만 해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검찰은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에서는 그간 수사를 맡아온 신봉수 특수1부 부장검사 등 부장급 검사들과 부부장급 검사들이 투입됐고,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수사 단계서부터 변호를 맡아온 최정숙 변호사 등이 검찰에 맞섰다.

검찰은 구속 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최고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죄가 성립될 수 없다 등 '4無' 주장을 펼쳤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약 5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구속 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다. 서면 심리 내용까지 검토를 모두 마친 명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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