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당국이 12일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철수 감시초소(GP)에 대한 철수작업을 완료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의 일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우리 측 시범적 GP철수 검증에 참가했던 북측 검증단은 검증을 마치고, 오후 4시53분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북측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 9월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GP 시범철수 작업과 관련해 ▲모든 화기 및 장비 철수 ▲근무인원 철수 ▲시설물 완전파괴 ▲상호검증 등 4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상호검증은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이날 남북은 각각 11개 검증반을 투입해 오전은 남측이 북측 GP 11개를, 오후에는 북측이 남측 GP 11개를 현장검증했다.

GP 1곳에 7명으로 구성한 검증반이 투입되며, 검증반은 대령급(북측 대좌급)을 반장으로 검증 요원 5명과 촬영 요원 2명으로 구성된다.

우리 측은 오전 9시께부터 남측 GP와 북측 GP를 잇는 11개의 임시통로를 이용해 MDL을 넘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우리 측 검증반은 MDL에 미리 세워진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황색수기 앞에서 북측 안내요원을 만나 북측 GP로 이동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북측 GP의 ▲화기·장비·병력 철수 여부 ▲감시소·총안구 등 지상시설물 철거 상태 ▲지하 연결통로·입구 차단벽 등 지하시설물의 매몰과 파괴 상태를 확인했다.

특히 북측 GP 지하시설의 완전 파괴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지하투과레이더(GPR), 내시경 카메라 등 장비를 투입해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후 2시께부터는 북측이 MDL을 넘어 우리 측 GP를 방문, 오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남북은 현장검증 과정에서 서로 담배를 권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환담 등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실에 방문해 GP 상호 현장검증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또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박종진 1군사령관, 김운용 3군사령관 등으로부터 화상회의로 관련 내용을 보고받기도 했다.

이날 남북 시범철수 GP 상호 현장검증이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GP 시범철수 작업이 일단락됐다.

시범철수가 완료됨에 따라 남북은 향후 자체 평가와 보완을 거쳐 군사실무접촉 등을 통해 한 단계 진전된 조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남북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DMZ 평화지대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로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모든 GP를 철수하기로 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GP철수의 경우 남북이 11개씩 동수(同數)로 진행됐다"며 "다음 GP철수는 남북이 지역을 정해서 해당 지역의 GP를 철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역과 범위 등에 대해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 만큼, 현재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공동위원회나 추가적인 군사회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번 상호 현장검증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은 11개 GP를 시범철수하면서 각각 1개 GP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원형이 보존되는 우리 측 GP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최초 설치된 강원 고성군에 위치한 동해안GP로 북측 GP와 580m 거리에 있다.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3년 6월 방문한 중부전선의 까칠봉GP를 보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까칠봉GP는 남측 GP와 불과 350m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원형을 보존하는 1개 GP 외에 시범철수하는 GP 시설 중 일부를 역사관 등으로 옮겨 보존하는 방안이나 GP 잔해 재활용 문제 등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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