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과 사고력을 키우는데 바둑만한 것이 없다”

29일 오전 인천신문사를 방문한 장수영(55) 9단은 “(내가 )6살때 바둑에 입문했는데, 어린나이였지만 그때도 ‘복기’가 가능했다”며 “하지만 요즘 바둑을 배우는 학생들은 실력은 좋아도 복기 능력이 떨어진다”며 그 원인을 인터넷이나 TV 등에서 찾았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과 TV 등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문화에 길들여져 있어 생각하는 능력은 떨어져 있다. 이런 학생들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바둑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바둑도장과 매체에서 실험한 결과를 예로 들며, 바둑이 두뇌발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집중력과 추리력이 좋아진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장 9단은 “공부때문에 학부모들이 바둑을 그만두게 하지만, 나중에 성적이 오르고 아이들의 집중력이 좋아지면 고마움을 표현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어린 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바둑을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9단은 인천 출신의 많은 프로기사 중 하나다. 그는 중구 신흥동 출생으로 초등학교 2학년쯤 서울로 이사했다. 18살때인 1971년 입단, 프로기사가 됐다. 인천출신 프로기사로는 장 9단을 비롯해, 서능욱 9단과 유병호 9단, 김덕규 8단 등이 활동하고 있다. 작고한 이일선 사범도 걸출한 인천출신 프로기사다.

그는 “서울을 빼면 부산과 인천이 프로기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다”며 “인천출신 프로기사 중에 타이틀을 획득한 기사는 없지만,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다른 지역 출신 기사들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 또한 지난 2004년 4월 시니어(45세 이상 중견 기사)대회인 돌씨앗배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입단 33년간 타이틀을 획득한 적이 없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최고위전, 패왕전 등을 포함한 타이틀전에서 10여차례에 걸쳐 준우승에 그치긴 했어도 서능욱, 백성호, 김수장, 장훈 9단 등과 함께 ‘조훈현 9단 1인 체제’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은 기사로 꼽혔다.

젊었을 땐 생김새가 장비를 닯았다고 해서 ‘장비’란 별칭을 얻었다. 지금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나이가 들어서 마음이 부드러워져” 유연한 바둑을 추구하다보니 관전기사들이 스님과 같다고 해서 ‘달마대사’로 불리고 있다.

달마대사 장 9단은 특히 김성룡 9단과 함께 섬세한 해설로 유명하다. 본 게임보다 이들의 해설이 더 재미있다. 그는 승리에 대한 부담이 출전 선수에 비해 적어, 한발 떨어져 판 전체를 보기에 선수들이 보지 못한 수와 실수를 정확히 집어내고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있는 것.

장 9단은 “바둑은 축구나 야구처럼 골을 넣고 점수를 내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한 수 한 수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는 과정을 예측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여러 대회에서 많은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출전 기사들의 기풍에 따라 갈림길에서 어떤 수를 낼지 예상한다”며 해설가로서의 인기 비결을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 장수영바둑연구실을 열고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오는 4월4일 한국기전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제1회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여 연승대항전’에 조훈현, 서봉수 9단 등과 함께 출전한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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