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과 정두홍, 액션감독과 액션무술감독이 손잡고 만든 영화 ‘짝패’가 선전하고 있다. ‘짝패’는 개봉 2주째인 지난 주말까지 전국적으로 85만 관객을 모았다. ‘다빈치 코드’ ‘미션 임파서블 3’의 파상공세 속에서 그 정도면 크게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듀서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사들여 미국 전역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전 세계 수출 상황도 활발해 지난 달 열린 칸영화제 필름마켓에 내놓자 마자 13억원 정도를 벌어 들여 영화의 순제작비 25억원의 손익분기를 맞추는데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영화를 위해 류승완 감독은 특히 감독 겸 프로듀서, 특히 직접 주연을 맡는 등 이른바 ‘원 맨 밴드’식 제작을 감행했다. 다음은 류승완 감독과 가진 인터뷰.

-스타급 배우를 쓰지 않은 건 순전히 돈 때문인가.

▲맞다. 하지만 그 앞에 ‘순전히’란 말은 좀 아닌 듯 싶다. 제작비를 줄여야겠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긴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와이어나 특수효과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하게 몸으로 하는 ‘다찌마와리’식 액션의 영화를 하고 싶었다. 앞으로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런 점에서 정두홍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왜 더 이상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두홍 감독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거라고 보기 때문인데, 정 감독이 벌써 40을 넘겼다는 거다. 나야 아직 팔팔하지만.(웃음) 조금 더 진지하게 얘기하면 이번 영화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이소룡이나 성룡 식 액션영화를 관객들이 얼마나 더 원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여성관객들은 그리 많이 원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성 관객분들을 위해 진짜 ‘센’ 장면은 많이 자제하면서 찍었는데…섭섭하다.

-촬영을 하면서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

▲그랬다. 워낙 거친 장면이 많아서. 나와 정두홍 두 주인공이 10대 ‘양아치’들에게 크게 몰리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그걸 ‘본정통 혈투’라고 부른다. 하여간 그 장면을 찍다가 무릎을 다쳤다. 영화를 잘 보면 내가 도망을 가면서 몸을 날릴 때 꼭 뭔가를 잡는게 보일 거다. 그때 진짜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 장면 촬영을 끝낸 다음 택시로 병원을 가는데 정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그 사람 워낙 많이 다쳐 본 사람이어서 나름대로 전문인데 전화로 그러더라. 십자인대만 끊어지지 않았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결과는?

▲십자인대가 끊어졌다.(웃음)

-그렇게 몸바쳐 찍은 영화가 일단 성공적이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도 성과가 있어 기분이 좋다. 특히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이 영화를 보자마자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이나 브라질 같은 남미, 동남아시아까지 전세계 20개국에 동시에 판매됐다고 하더라. 전체적으로 한 13억원 정도 벌었다고 들었다. 그 정도면 제작비의 절반 가량을 회수하게 된 셈인데, 영화를 만들면서 해외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새삼 배우는 계기가 됐다. 이런 식이라면 영화제작에 새로운 용기를 내볼 만 하다고 본다.

-무릎이 안좋은 만큼 액션영화를 또 만들긴 당분간 어렵겠다.

▲음…그래서 다음 영화는 멜로 영화를 만들 거다.(웃음)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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