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극장가가 월드컵 개막과 함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관객수 급감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를 고려하면 평균 30%의 관객이 빠져 나갈 것으로 에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멀티플렉스들은 재빠르게 월드컵과 손을 잡았다.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대신 월드컵을 방영하겠다는 것. 피할 수 없으면 오히려 끌어들이자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국내 3대 메이저급 멀티플렉스는 지난 6개월 동안 신중하게 ‘극장 월드컵전’을 준비해 왔다. 극장에서 월드컵 경기를 ‘상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바로 중계권. 이를 위해 각 멀티플렉스는 자신들의 극장에 축구중계를 링크시켜줄 공중파 방송사들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CGV는 SBS와 협약을 체결해 13일과 19일, 24일에 열릴 토고전 및 프랑스전, 스위스전을 모두 생중계할 예정이다. 메가박스 역시 KBS와 업무협약을 체결, 모든 경기를 생중계한다는 계획. 롯데시네마는 MBC와 계약을 맺었다.

월드컵 극장 생중계가 가장 돋보일 멀티플렉스는 바로 CGV. 전국 36개 지역에 총 274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CGV는 이 기간동안 가장 많은 축구관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경기와 함께 각 멀티플렉스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펼쳐지는 건 기본이다. 대체로 이번 월드컵 경기는 새벽 시간대에 중계된다는 점을 고려해, 축구팬들을 극장으로 미리 끌어들이기 위해 경기 전에 무료 영화시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영화관객을 축구 관람객으로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각 멀티플렉스는 각종의 이벤트를 통해 상당수의 축구관객들에게 무료 관람권을 배포할 예정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축구경기가 ‘방영’되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번 월드컵 시즌에 축구경기를 상영하는 곳은 철저하게 3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큰 극장’들이다. 극장 스크린으로 방송 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디지털 상영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멀티플렉스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디지털 영사기를 설치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 1천800개 스크린 가운데 20~30%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이 시기에 특정 극장만이 특수를 누리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월드컵을 겨냥한 극장가의 특수는 국내 영화계에 ‘부익부 빈익빈’의 또 다른 문제를 노출시킬 가능성이 높다. 영화계가 더욱더 양극화될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때문이다.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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