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개막일이 들어 있는 주간인 만큼 개봉영화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이럴 때는 오히려 평소 극장을 잡기 어려운 비상업영화들이 대거 상영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오프 사이드’같은 영화, 이우도 잇신 등 7명의 일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우리 개 이야기’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것도 서울 지역의 극장들에게만 해당될 법한 얘기다.
전국적으로 새로 걸릴 영화로는 공포물이 강세다. 일본영화 ‘환생’을 비롯해서 리메이크 영화 ‘오멘’, ‘더 포그’ 등이 준비돼 있다. 올 여름 무더위는 유난히 빨리 찾아왔다. 공포영화들도 그렇다.

▲환생=감독 시미즈 다카시/ 주연 유카, 카리나, 후지 다카코

시미즈 다카시의 영화는 늘 머리를 쭈뼛거리게 만든다. 음산하고 기분나쁘게 하는 데는 정통이다. 그의 전작인 ‘주온’ 시리즈를 생각하면서 그의 이번 신작을 되도록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카시 감독이 사람들을 무섭게 하는데는 그의 이야기가 늘, 혼령의 세계와 가공할 실제 살인사건의 중간지대에 놓여 있거나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유령도 무서운데 다들 잔인하게들 살해당했다. 이번 영화 ‘환생’의 원혼들은 그 사연이 보다 길고, 보다 엽기적이다. 게다가 죽은 사람은 12명인데 환생한 사람들은 13명이다. 거기에 이 영화의 미스터리가 있다.

▲오멘=감독 존 무어/ 주연 리브 슈라이버, 줄리아 스타일즈, 미아 패로우

1976년 리처드 도너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를 30년만에 새로 만들었다. 전설적인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한 만큼 전 세계 개봉일도 천년만에 한번 찾아 온다는, 이른바 ‘666 데이’ 곧 2006년 6월 6일에 맞췄다.

‘666’은 악마의 자식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알려져 있다. 6월6일 새벽 6시, 이탈리아 로마에서 미국의 외교관인 쏜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에게 비밀로 붙인 채 같은 날자, 같은 시각에 태어난 아이를 데려온다. 하지만 아이가 커 가면서 이 외교가(家)에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새로운 해석을 가하지 않고 전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한, 말 그대로 리메이크작이다. 전설의 여배우 미아 패로우의 요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

▲더 포그=감독 루퍼트 웨인라이트/ 주연 메기 그레이스, 셀마 블레어, 톰 웰링

B급 공포영화의 대표격 작가로 불려 온 존 카펜터 감독의 1980년작 ‘안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해변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그 사건의 배경에는 ‘안개’가 깔려 있다. 자욱한 안개가 덮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계속 죽어 나가는 것. 아주 오래 전에 이 마을로 들어 오려던 나병환자들이 배가 난파해 몰살을 당한 사건이 있었고 그 원혼때문이라는 소문이 돈다. 이야기 자체는 매우 고전적인 감이 있지만 이번 리메이크작은 분위기를 ‘영’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마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해변판 같은 느낌을 준다. 청춘스타급 배우들이 나오는 일종의 하이틴 슬래셔 영화. 톰 웰링은 요즘 국내 케이블TV로도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몰빌’의 주인공이다.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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