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는 나의 닉네임이다. 모두들 내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한다.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직도 대학생활을 한다. 그래서인지 내 나이를 곧잘 잊곤 한다. 어떤 때는 엄마인지, 대학생인지, 아니 어떤 몫을 선택함이 아니고 두 가지가 다 내 몫이다. 그런데도 학생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어리광을 종종 부리곤 한다.

시험 때에 임박해서는 수험생의 특권으로 아이들이 차려다주는 밥상으로 아주 의기양양하게 시험공부를 한다. 매우 기분이 좋다. 내가 즐기는 일 중에 하나다. 빨래도 집안청소도 미뤄두면 둘수록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가족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러 안 할 때도 있다.

다치고 아프기는 세 살배기 걸음마 연습할 때 보다 더 심하다. 수술이란 수술은 웬만큼 다해 보았다. 뇌수술에서부터 일찌감치 백내장수술까지, 무릎 수술에 다리를 다친 것도 몇 차례인지 모른다. 정형외과 물리치료사와도 이제 친구처럼 이야기한다. 물리치료 하는 곳도 두 군데를 번갈아 간다. 이웃집 나들이 가듯 한다. 이젠 좀 쑥스럽기까지 하다.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말로 하는 건 잘 하는데 손으로 꼼꼼히 하는 건 손방이다. 그중, 운동화 끈 매는 작업은 정말 손도 머리도 안 따라 주는 고도의 기술로 친다. 물론 항상 남편의 몫이다.

운동화 끈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다. 몇 해 전인가 포교사에 합격한 후 첫 연수를 갈 때였다. 약속했던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했다. 급히 나가려고 하는 순간 신발을 새로 빨고 난 후여서 끈이 매어지지 않았다. 난감하기가 그지없었다. 지체할 시간도 없고 아무리 해보려 해도 줄곧 얽히기만 했다. 할 수 없이 끈이 없이 그대로 신고 끈은 손에 쥐고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 눈에는 배낭 한 보따리에 신발을 제대로 신지도 못하고 차를 타는 나의 모습이 마치 집 쫓겨난 형상이었나 보다. 사연을 말하니 그도 어이없어 한참을 웃었다. 결국 친절한 택시 기사와 힘겹게 신발 끈을 가지런히 묶고 좋아했던 적이 있다. 이제는 그날의 경험으로 아주 잘은 아니지만 끈 없이 신고 나가지는 않는다.

그런 어느 날, 혼자 등산화 끈을 묶는 모습을 본 남편이 이제는 혼자 살아도 되겠다고 했다. 남편은 내게 철들자 망령 난다니, 철들지 말고 그냥 오래 살기만 하라 한다. 이 철부지가 언제 정신이 들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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