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깨비 사랑 /김상률

방아깨비가 내 등산복 바짓가랑이에 붙어 산을 오른다.
암컷이 수컷을 태운채 살을 섞으며 함께 간다.
거센 바람이 바짓가랑이를 펄렁거리는데도 둘이 꼬옥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사람들이 야호야호, 소리를 지르는데도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잔디 잎만 베어 먹다가 나눈 구석진 사랑이기에 깊이깊이 빠진 것인가 보다.
나는 기꺼이 사랑의 씨알받이가 된다.
정상에 올라 방아깨비 한 쌍을 등산복에서 떼어 가만히 놓아준다.
둘이서 온산을 뛰어다니며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내년 여름엔 그 새끼들도 데불고 하나둘 하나둘, 소풍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김상률 시인은...

약력 : 2011년 '문학의 봄' 등단
2015년 계간 '문학의 오늘'로 작품 활동 시작. 시인회의 동인.
시집: 콩중이 콩콩, 팥중이 팥팥
공저 시집 : '그리움도 흘러간다'
합동 시집 : '꽃의 박동' '천개의 귀' '참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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