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횟집 중 4곳만 남아, 개발이냐 환경보호냐 놓고 갈등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조성된 북성포구는 인천에 남은 유일한 갯벌 포구이다. 강우영 기자

북성포구를 찾은 시간은 17일 오후 2시. 대한제분을 지나 포구 입구에 들어서니 바다의 짠내와 알 수 없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포구로 들어가는 500여 미터 남짓한 길 좌우측으로 공장이 늘어서 있다. 먼 바다에서 보이는 공장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연신 피어올랐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 때문에 바다에서 기대하는 그 흔한 갈매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길 왼편 건너에는 벌목한 나무가 수북이 쌓여있는데 작업도중 나무 분진이 발생하는지 포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눈이 따끔거렸다. 갯벌 아래는 공장에서 유입된 폐수로 보이는 검정물이 바다로 길을 잡고 흘러내려갔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서너 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다. 여성 한 명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왼쪽으로 길게 늘어선 생선점포들은 장사를 안 한 지 오래된 듯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오른쪽에는 각종 드럼통과 스티로폼 묶음이 어른 키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날씨 탓인지 낚시꾼도 보이지 않았다. 32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이틀 계속됐지만 오가는 사람이 없어 포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횟집과 건어물점포가 있는 포구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볕이 좋아 물고기를 말릴 법도 한 대, 그 흔한 병어조차 보이지 않았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니 건어물을 만들 일도 없어 보였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태호네 횟집 간판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가게로 들어서니 종업원 2명이 손님인 줄 알고 반겼다. 

북성포구내 있는 횟집 중 2곳이 추가로 문을 닫아 이제 4곳만 남았다. 강우영 기자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그냥 가게 지키러 나온 거지.”

김옥순(가명) 씨는 태호네 횟집에서 10년 째 일하고 있다. 처음 일할 때만 해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먼 옛날 얘기라고 했다.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고 주말이나 되야 그나마 손님이 찾는다고 했다. 이날도 기자가 한 시간 가량 주위를 돌아봤지만, 횟집을 찾는 손님을 만날 수는 없었다. 현재 남아있는 횟집은 태호네횟집과 선애네강화횟집 등 4곳뿐이다. 최근 두 곳이 문을 닫았다. 건어물점포는 한 곳만 남았다.

인천시 중구 월미로 50번지에 위치한 북성포구는 한때 화수부두, 만석부두와 함께 수도권 3대 어항이었다. 연안부두와 소래포구가 생기면서 상점들이 하나둘 옮겨가면서 자연스레 쇠락의 길로 들어섰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북성포구를 매립해 개발하자는 측과 인천 유일의 갯벌포구를 지켜야 한다는 측이 맞서고 있다.

“여기 없앤다고 나도 들었는데 내가 뭐 아나. 주말에는 사람들이 요 앞에서 조개도 잡고 그래.”

북성포구는 해가 저무는 노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현대식 공장과 갯벌, 노을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연출돼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북성포구는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한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금어기철이라 건어물 상인들도 없어. 금어기가 풀려야 배도 들어오고 사람들도 오겠지.”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조성된 북성포구는 인천에 남은 유일한 갯벌 포구다. 그러나 이 마저도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남아있는 횟집 4곳도 언제 이곳을 떠날지 모른다.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길 좌우측 공장지대에서 오폐수가 흘러 들어 악취가 풍긴다. 강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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