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깨우다 / 강명미
엄니,
올해도 찔레꽃이 훤허네유
반갑다 빤하게 쳐다보는 쟈를 보니
꼬깃꼬깃 접어 보았던 순간들이
고개 쳐들고 꿈틀거려유
쟈 노래 엄니가 부르면 단내 나는디
그리고 엄니
생각하면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다 떨어지는
언제나 생각하면 얼음장처럼 가슴 차가워지는
사연 하나 있슈
공동묘지 아래 갈치꼬랭이 밭에서 풀 메다
미루나무 그늘에 앉아
엄니와 쉬고 있을 때
밭머리 찔레꽃 넝쿨 속에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디
알 없슈 알 없슈 소리치며 나온 꿩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산그늘 속으로 들어가자
수건에 싸온 계란보다 작은 일곱 개의 알
그 이후 꿩은 매일 약봉지를 달고 살겠쥬
그러고 보니 엄니도 지도 꿩도 엄니였네유
엄니도 그 땐 어쩔 수 없었쥬
※강명미 시인은...
충남 예산 출생. 2014년 계간 '시와정신' 등단.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물꼬' 'A형 벚꽃'
2014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회원.
이메일 : iou353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