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의 저녁 / 김윤식
저녁 찬거리로 청어를 샀습니다.
등줄기가 하도 시퍼래서
하늘을 도려낸 것 같았습니다.
철벅철벅 물소리도 싱싱합니다.
정약전은 어보魚譜에 무어라고 적었던가요.
청어를 앞에 놓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누운 자세가
그대로 눈빛 고운 수평선이란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문득 그 위 하늘에 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미 청어가 되어 헤엄쳐 간 정약전 같은 사람들,
잠시 생각하는 동안만큼 저녁이 늦어지겠지요.
그래서 하늘에 푸른 물소리로 먼저 등불을 켭니다.
바다가 헤엄쳐 내 집에 와 있습니다.
※김윤식 시인은…
1947년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 등단.
인천문인협회 회장,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역임.
인천문학상, 인천시문화상, 대통령 훈장 수상.
시집으로 '고래를 기다리며' , '북어・2',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 의 마음이 저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옥탑방으 로 이사하다', '길에서 잠들다', '청어의 저녁'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