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 류인채

그 여름

행상 나간 아버지

고등어는 종일 손수레 위에서

이 동네 저 동네 떼로 다녔다

지느러미들은 빗금 같았다

 

고등어 몸통은 캄캄했다

그 저녁 아버지는 비린내와 함께 돌아왔다

가문 논바닥 같은 손에서

누런 러닝셔츠와 밀짚모자에서

비린내가 났다

아이 하나 빠져 죽었다는 도림저수지에서도 비린내가 나고

질경이 바랭이 강아지풀에서도 비린내가 났다

 

빈손의 무게에 휘청거리던 아버지

썩은 고등어들을 죄다 쓸어 두엄에 묻던

아버지의 검정 고무신 뒤축에 피가 엉겨 있었다

 

그 저녁

고등어를 찢어발기던 자식들의 젓가락질

쫄깃쫄깃한 살을 다 발라먹고

아가미와 눈알도 파먹고

즐거운 밥상
 

뼈만 남은 아버지

※ 류인채 시인은...

충남 청양 출생
인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전공 문학박사
제5회《문학청춘》신인상과 제9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대상으로 등단
시집 '소리의 거처'(인천문학상 수상), '거북이의 처세술'
경인교육대학교 외래교수
2080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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