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上) - 1]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수도권매립지공사 의혹만 키운다

[단독=속보] 수도권매립지의 가연성폐기물 불법반입(2월 7일자 보도)과 관련, 이번에는 매립지관리공사(SL)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12년에도 이 같은 사실이 검찰에 적발돼 철퇴를 맞았으나 이번 보도 이후에도 공사 측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재활용으로 사용되거나 소각장으로 가야하는 건설폐기물들이 아직도 매립지로 향하는 현장이 확인돼 묵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26일 다시 찾은 서울시 강서구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 임시 집하장은 한마디로 무법천지를 연상케 했다. 지난 6일 취재에 나섰을 때보다 더 심각했다.

한눈에 보아도 스티로폼과 폐비닐 등만 가득 실은 운반차량위에 겉만 토사로 덮는 일명 ‘덮밥’ 작업이 한창이었으나 누구 하나 제지하거나 단속하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은 또 지난 23일 다른 현장인 서울 구로구의 한 건설폐기물 집하장도 다시 찾았다. 이 곳에서는 스티로폼과 폐비닐 등의 가연성폐기물과 토사를 섞어 일명 ‘비빔밥’을 만드는 작업이 일상처럼 한창이었다.

높은 가림 막에 가려있는 이 집하장 앞의 큰 차로는 작업으로 인해 날리는 먼지 탓인지 물에 젖어 있었다.

집하장에서 굴삭기는 가연성폐기물과 토사를 섞어 폐기물차량에 연거푸 실어댔다. 이날 폐기물 차량에 실리는 가연성폐기물 역시 지난 6일 보다 많은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비빔밥’ 건설 폐기물을 가득채운 차량은 매립을 위해 수도권매립지로 떠났다. 그 차량 뒤로도 3~4대 가량의 빈 운반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매립지로 향하던 차량은 여느 때와 달리 무척 조심스러웠다. 뒤따라가던 취재진을 눈치 챈 듯 편도 2차로에서 갑자기 비상등을 켜고 멈췄다. 그리고 몇 분을 대기한 후 다시 출발했다.

매립지로 향하는 내내 이 차량은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 이날도 이 운반차량은 수도권매립지에 들어갔다 빈차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매립지공사 측은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사 관계자는 “하루에 수백 대의 폐기물 차량이 들어오는데 모든 차량에 대해 검사한 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무작위로 차량을 선정해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고 이전과 같은 답변만 되풀이 했다.

그는 이어 “가연성폐기물이 섞여있는지 육안으로 검사하는 감독관을 늘리는 방안도 예산 문제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건설폐기물 업체의 불법 행위를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천지검은 2012년 수도권매립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2개 업체와 미신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설치, 운영한 31개 업체를 적발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2008년부터 2012년 9월까지 가연성폐기물이 섞인 6만5천140t의 폐기물을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해 처리하는 수법으로 모두 4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 2015년에도 매립지 영향지역주민 비상대책위가 준법단속에 나선 결과 운반차량의 40%가 넘게 적발된 사례로 볼 때 이번 사태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닌 이유다.

정재식 기자 jesik123@incheonnewspaper.com
이종범 기자 jblee@incheonnews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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